북한산 족두리봉

2011. 5. 1. 18:17국내 명산과 사찰

북한산 족두리봉

 

우중충한 날씨, 어디로 갈까. 가볍게 수락산 영원암이나 갈까? 혼자 밍거적 거리다 일단 집을 나섰다.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걷다보니 전철역까지 왔다. 늘 그렇듯 나의 산행은 출발 시간에 맞추어 산과 코스를 정한다. 딱히 어디를 가겠다는 생각이 없어서 일까. 좀 멀지만 북한산이 낫겠지. 금년들어 한번도 가지 않았으니... 하는 생각이 문득. 그래서 전철역 안에서 수락산 대신 진로를 바꾸어 북한산으로 갔다. 긴 코스는 아직 무리고.. 족두리봉의 비둘기도 생각나고. 태능에서 독바위역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시간 대가 가면서 졸기 딱 알맞다. 그래도 종착역을 지나치지는 않고 잠이 깼다. 전철에서 내려 세번씩이나 에스커레이트를 갈아타고 역을 빠져 나와 골목길 늘어선 가계에서 대충 먹거리를 챙겼다. 먹거리 라고 하지만 고짝 김밤 한줄에 캔커피 하나. 물병은 나올 때 챙겼고. 이것이면 오늘 산행은 족하다. 산행은 회식하러 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상하게도 나는 산을 오르면 식욕이 평상시보다도 못하다. 소식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산을 오르면 그렇게 된다. 날은 궂은데도 오늘따라 제법 산꾼들이 많다. 시름 시름 오르니 족두리봉의 독바위가 보인다. 북한산은 아직 진달래가 지지 않았다. 수락산이나 불암산보다 좀 높아서 일까. 능선과 바위들 틈새에 분홍빛을 머금고 바람에 하늘거린다. 더운 날씨는 아닌데 능선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조금씩 힘이 드나 본다. 금년 들어 장거리 산행은 한적이 없어서 그런가. 아님 몸이 허해져서 일까. 족두리봉이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족두리 봉 바위 위에는 비둘기들이 많다. 바위 위에 앉은 모습이 볼쩍마다 늘 무엇인가 암시 하는듯 하다.

내가 너를 보냐, 니가 나를 보냐.... 

요바위 형상은 참 야릇하다. 황소를 닮은 물형에 귀와 코는 사람을 닮았다.

 

 

 

 

 

 향로봉 비봉 문수봉 가는 길이 보인다. 오늘은 포기했다. 출발도 늦었는데다 문수봉을 넘어가면 하산길이 길기 때문이다.

여니때 같으면 개의치 않겠지만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으니 오늘은 족두리봉 주변의 바위들만 둘러 보고 하산 하기로 했다.

어찌 저렇게 저 큰 바위가 저렇게 묘하게 자리를 잡고 있을까. 볼쩍마다 신비감이 든다.

 

 

 

 

 

 

 

번들이지만 망원으로 댕겨 보았다. 향로봉은 언제 보아도 위용이 넘친다.

저 멀리 문수봉도 당겨 보았다. 흰구름에 쌓인 문수봉이 손짓하는 것 같다. 

족두리봉 정상에 풍암호가 있다. 비바람에 연못처럼 웅덩이가 만들어져 비가 오면 빗물이 고인다. 요것을 찍으려고 한참 기다렸지만 정상이라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한팀이 가면 또 한팀이...지금이다 싶어 셔터를 누르려하는데 이번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뒤에서 밀치고 올라와 아예 펑퍼짐 하게 자리잡는다. 도대체 움직일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막가네 아줌씨.. 어찌 할 수가 없다. 내가 전세낸 것도 아니니.. 허 참.

더 이상 기달릴 수가 없어 대충 찍어 크롭한 것이 요것이다.

 

향로봉 쪽 가는 길에 있는 바위다. 망원으로 땡겨보니 멋진 바위다. 낙타 등처럼 솟은 삼봉에 우측의 타포니 형상이 정말 볼만하다. 독바위에서 향로봉을 몇 차례 올랐지만 처음 보는 바위다. 가는 방향의 뒤편이라서 못보았든 모양이다.  다음번 산행시는 꼭 저 바위를 봐야겠다.

요건 좀 길지... 거시기가.

저런 바위는 오르는것이 아니라 눈으로 즐기며 감상하는 것인데..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이 오락가락 한다. 햇살이 숨바꼭질한다. 해가 나서 세팅하면 그방 어두워지고. 카메라가 몸살을 않지 않아 다행이다.  

향로봉 능선 아래 계곡의 바위들이다. 번들로서 무리라서 크롭했다. 다행이 화소가 큰 것이 이럴때 도움이 된다.

 

요것도 크롭한 것이다.

절리되어 흘러내린 바위가 풍화에 침식되었나, 아니면 누가 끝을 부러뜨렸나. 여기 진달래는 이제 끝물로 가는가 보다.

먼저 핀 꽃은 먼저 지기 마련이니..

족두리봉 바로 뒤편의 바위들이다. 올망졸망 모여 수근덕 수근덕하는 바위들, 무슨 이야기를 귀속말로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요바위 뒤편에서는 선남선녀가.. 간식을 하고 있었다. 햇살이 없으니 무덤덤한 바위의 석피가 그나마 그리 곱게 잡히지 않는다.

족두리봉 뒤를 돌아 불광역으로 하산하는 길에 잡힌 바위다. 우유빛 석피하며 그 맵씨가 참 부드럽다.

 

향로봉 가는 길 뒤편에서 바라본 독바위 정상 풍경이다. 저 높은 암장을 오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젊음이 좋기 좋은 모양이다.

도전하는 그 정신이. 옛적에 나도 그랬던가. 회한이, 세월의 무상함이 스몰스몰 가슴에 젖어온다.

 

 

독바위 정상으로 가는 암장의 절리된 바위군이다. 망원으로 잡고 크롭했다.

 

 

바위에 붙어 뿌리 내린 저 솔, 갈 적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작금의 사태를 생각할 때

귀감이 되어서면 하는 생각이

불광역으로 바로 내려가지 않고 이 바위 뒤를 돌아 내려갔다. 초가집 같은 바위 모습이..

 

 

 

우람한 알통을 자랑하는 바위들도 만난다.

 

바닷가 따깨비처럼 바위 밑에 붙은 바위들..

도봉산을 가면 인절미 바위가 있지만 북한산에서 이런 바위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행운이다. 마그마가 식으면서 깨스층이 생기고 지열과 침식 작용으로, 그리고 수억년 동안 낮과 밤의 기온차로 절리되고, 침식되고 풍화 되어 이러난 형상이 이렇게 절묘하다. 이 코스는 사람들이 그리 많아 다니지 않아 훼손이 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는듯 하다.

처마의 지붕같은 절리형상이 절묘하다.

 

 

 

 

 

 

 

 

독바위역에서 족두리봉 정상을 밝고 불광역으로 하산 한 짧은 산행.

산행이라기 보다는 나들이가 어울리는 말이다.

그래도 즐거웠다.

명산은 없다. 내가 즐기면 그 산이 명산이다.

높든 낮든

길든 짧든.

 

꽃이 피어서 좋았다.

바위가 있어 좋았다.

산이 있어서 좋았다.

 

하늘까지 맑았으면 좋으려만.

그건 욕심이다.

세상이 어찌 내 마음처럼 굴러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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