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佛岩山) 천보사(天寶寺)

2011. 5. 13. 00:02국내 명산과 사찰

 

불암산(佛岩山) 천보사(天寶寺)

 

우리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오늘 천보사를 갔다가

천보사의 마애불을 보고는 선어(禪語)의 조고각하(照顧脚下)란 말이 문득 생각났다.

이는 발밑을 조심하라는 의미다. 우리는 앞만 보고 가다가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푸른 하늘만 바라보고 가다가는 가야할 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또한 자기 분수를 모르고 내일의 행복만을 추구하다가는 오늘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오늘만을 생각하다가는 내일에는 나락(奈落)으로 떨어지는 수가 있다.

 

삶의 길이란 멀리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발밑, 나의 처지, 내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재물이나 명예를 구하는 것도 그렇지만 도(道)를 닦고 수행을 함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우리의 오감(五感: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은 언제나 밖으로 향해있기 때문이다.

밖에서 오는 소리를 잘 들어도 내 안에서 나오는 소리는 듣지 못하고,

 밖의 경계는 보면서도 내 안을 내가 볼 수가 없다. 남의 것,

밖의 것은 이러쿵저러쿵 떠들면서도 내 것은 보지 못하는

허망하고 부질없는 짓을 하면서 요란하게 살고 있는 것이 우리들 중생이 아닌가.

그래서 선사들은 밖으로만 헐떡거리며 쫓아다니지 말고

오감을 닫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보라는

경책(警策)으로 말씀하신 것이 조고각하(照顧脚下) 인 것이다.

내 가진 것, 나 자신을 살펴보라는 의미다.

 

사실 우리는 나 자신을 누구 보다 제일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가장 모르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마치 등잔의 불빛은 밖을 비추지만 진작 그 등잔의 밑은 어둡듯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가장 모르는 것이 나요, 내 마음인 것이다.

 

불암산은 화강암 덩어리로 되어 있어 마애불이 많다. 학도암에도 마애불이 있고,

불암사의 부속인 석천암에도 마애불이 있다.

그런데 천보사의 마애불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불행이도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보았다.

천보사는 불암산 정상에서 석천암을 거쳐

학도암으로 내려오는 중간 쯤 좌측 골에 있어 언제나 하산 길이 바빠서 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가는 날은 사찰 내 공사 하는 날이 많아 더욱이 그랬다.

그래서 천보사의 마애불을 그리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다가

오늘 초파일 학도암으로 갔다가 오는 길에 들려보고는 놀랬다.

대웅전 앞에서 비를 피하면서 문득 생각나는 말, 조고각하(照顧脚下)란 이 말이었다.

한 달에도 십 여회 불암산을 오르면서도 이 좋은 인연을 옆에 두고 몰랐던 것이..

참으로 여태까지 헛 산행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산 국녕사의 대불이나, 설악이나 속리산의 대불(大佛)을 보고는

경외심을 일어켰든 나의 타성(惰性)에 젖은 아둔한 생각에 빠져서 말이다.


천보사 일주문을 지나면 만나는 이무기 같은 기암이다. 각도가 좀 어설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아래에서 바라본 천보사 전경이다. 병풍처럼 둘러친 바위 일명 치마바위라고도 불린다.

어떤 이는 이 바위 형상을 코끼리 형상이라고 하고, 삼존불 형상을 띄고 있다고 한다.

글쎄 내눈에는..

 

 

 

 

대웅전 지붕 위에 쌍두 코끼리가 이색적이다.


대웅전 안과 아래는 신중단


 

 

 

 

용궁전이다. 외부는 인위적 구조물이고 안은 자연석에 암각되어 있다. 

서울지역에서 용궁을 갖춘 사찰은 유일무이하게 천보사인가 싶다.

제작연대를 알 수 없어 좀 아쉽다


 

 

 

마애불이 있는 뒤편 바위는 이명이 많다. 치마바위, 병풍바위, 눈썹바위라 불리운다. 

정교한 기술로 암각되어 있는데 연대는 알 수 없다.


 

 

5층 석탑이다. 건립된 연대 이조말로 추정된다.


 

 

인삼바위다. 눈썹바위 밑에 숨어 있다. 

좌우 눈썹 바위 밑에는 관음불, 모자상 등 여러 물상이 있다는데 인삼바위만 보았을 뿐

다른 것은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인삼바위를 세워 본 모습이다.

 

삼성각이다. 외부는 인위적 구조물이고 내부는 공사 중이다. 양해를 구하고 잠시 실례해서..


삼성각(삼성보궁) 안이다. 중앙에는 치성광여래를, 좌측에는 나반존자, 우측에는 산신을 모셨다.  

 

 

삼성각(삼성보궁)내의 구조물 또한 제작연대에 대한 기록이 없어 좀 아쉽다. 


기와불사에서 남은 것으로 만든 기와담장인 모양인데 운치가 있다. 


 

 

조고각하(照顧脚下)

 

 

옛 선인들의 말에

 

 

조고각하(照顧脚下)란 말이 있습니다

.

 

자신이 지금 서있는 곳을 살펴보라는 의미입니다.

 

 

인생이란

 

 

지금 앉아 있는 이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움직이고 있는 방향이 소중한 것입니다.

 

 

 

그러나 조급해 하지는 마세요.

 

 

앞만 볼 것이 아니라

 

 

내 발밑도 돌아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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