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7. 00:12ㆍ경전과교리해설
공(空)의 무주성(無住性)
불타교설의 제일의제(第一義諦)를 무어라 할까?
질문은 있어도 답할 수 없는 이것.
그 핵심인 공(空)도리(道理)를 설하기 위해 일찍이 무아(無我)를 강조하는 소승불교가 있었고, 공(空)의 측면을 강조하는 중관학파가 있었고, 무집(無執), 무주(無住)의 측면을 강조하는 선(禪)이 있고, 그리고 무애(無碍) 및 모든 것을 포섭하는 측면을 강조하는 화엄이 있다.
『최고의 진리를 말하는 순간 그것은 그 밑단계의 진리로 떨어진다.』는
어느 선사(禪師)의 말처럼
더듬어 볼 수는 있어도 말해질 수 없는 이 도리.
쿠마라지마의의 뛰어난 제자이며 <조론>의 저자인 중국의 승려 승조대사가 <보장론>에 밝힌 공도리의 무주성(無住性)을 살펴보기로 한다.
무릇 만물은 친구가 있지만 도는 오직 홀로 존재한다.
도 밖에는 아무 것도 없고 그 안에는 이중성이 없다.
안도 없고 바깥도 없으나 최초의 일자(太一)를 포함하고 있으며
여덟 명계(八冥界:8대지옥)와 만물을 포섭한다.
夫萬物有侶 唯道獨存
其外無他 其內無復
包含太一 該羅八冥 周備萬物
그것은 하나가 아니고 여럿도 아니며
밝지도 어둡지도 아니하다.
생(生)함도 멸(滅)함도 없고 空함도 존재함도 없다.
위도 아래도 없고, 세움도 파괴함도 없으며
움직임도 고요함도 없고, 가고 옴도 없다.
새것도 낡은 것도 없고, 좋음도 나쁨도 없고..
홀로 있지도 않으며, 더불어 있지도 않다...
그런데 이것은 왜 그런가?
만약 그 것이 안(內)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이 법계(法界)를 포용하기 때문이요.
만약 그것에 밖이 있다고 말한다면
형상을 도모하고 세우기 때문이다.
若言其內 通念法界 若言其外 備應形載
만약 그것이 작다고 말한다면 안으로 넓고 멀리 감싸고
만약 그것이 크다고 말한다면 객진(客塵)의 세계로 들어간다.
若言其小 包裏彌遠 若言其大 復入塵界
그것이 하나라고 하면 모든 성품을 가지며
그것이 여럿이라고 하면 몸은 모두 비어 있다.
若言其一名任其質 若言其異 妙體無物
밝다고 하면 아득하고 어두워지며
어둡다고 하면 밝게 빛을 비춘다.
若言其明 杳杳冥冥 若言其昧 朗照徹明
생(生)한다고 하니, 몸도 형상도 갖지 않고
멸(滅)한다고 하니, 영원토록 빛이 난다.
비었다고 하니, 만 가지 작용이 그 중에 있으며
찼다고 하니, 형상이 없는 침묵을 지킨다....
존재한다고 하면, 평등하여 상(相)이 없으며
낮다고 하면, 그와 견줄만한 것이 없다.
若言其生 無狀無形 若言其滅 今古常靈 若言其空 萬周在中
若言其上 平等無相 若言其下 物莫能況
세운다고 하면, 모든 별들을 흩뜨리고
없앤다고 하면, 사물은 옛날부터 지속한다.
움직인다 하며, 침묵을 지키고
서있다고 하면, 만물과 함께 달린다.
돌아온다고 하면, 감사해하지도 않고 가버리며
떠난다고 하면, 때가 되어 다시 돌아온다.
若言其成 撲散衆星 若言其壞 鎭古常在
若言其動 湛然凝重 若言其靜 忙忙物聳
若言其師 往而不辭 若言其逝 應物還來
깊다고 하니, 만물과 함께 뒤섞이고,
얕다고 하니, 뿌리가 닿지 않는다.
가난하다고 하니, 일천의 보배와 공덕을 가지며
부유하다고 하니, 비고 끊어져 아무 것도 없다.
홀로 있다고 하면, 십만의 사물과 조화하고
둘이 있다고 하면, 비고 홀로이 존재한다....
若言其深 萬物同任 若言其淺 根不可尋
若言其貧 萬德千珍 若言其富 曠絶無人
若言其獨 恒沙物族 若言其對 眞一孤轂
그러므로 도(道)는 하나의 이름으로 표현될 수 없고,
이치는 하나의 뜻으로 밝혀질 수 없다.
대강 요약하여 설명할 뿐이니 어찌 도의 깊이를 잴 수 있겠는가?
~보장론(寶藏論 大正1857, 144~45p.)/승조(僧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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