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암 나들이

2010. 12. 21. 00:54국내 명산과 사찰

우이암 나들이

 

잿빛 하늘이 아침을 연다. 경인년 한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날씨마저 그렇다. 이런 날 어디로 가지.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식사를 끝내고 주섬주섬 배낭부터 챙겼다. 준비물이야 페트병에 물하나 그리고 카메라가 전부다. 언제나 홀로 산행 시는 가면서 점심을 챙기는 터라.. 집을 나서니 벌써 11시다. 전철역으로 가면서 생각하니 긴 코스는 아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일 만만한 코스, 도봉산 우이암코스로 잡았다. 몸도 시원찮고 산행이라기보다는 나들이나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도봉산역에 내렸다. 전철역 앞 굴 입구에 통닭구이 장사가 눈에 띄었다. 옆에 좌판을 벌린 할머니가 김밥도 한 줄 팔아달란다. 통닭 한 마리에 김밥 한줄, 이거면 오늘 점심은 진수성찬이다. 내친 김에 막걸리도 한 병 샀다. 느긋한 마음으로 어슬렁어슬렁 산을 올랐다. “마음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산행을 하라”는 도봉사 현수막의 가르침대로 이것저것 둘러보면서 걸음마를 시작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 헐렁한 걸음이다.

 

능원사다. 흐린 날씨인도 용화전 너머 도봉산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도봉사다. 오늘 누구 재를 올리는지 지장보살부르는 소리가 바쁘게 들린다. 불상 앞에서 경배를 올리는보살 한 분...경건하다. 불당에 오를까 하다가 생각을 바꾸었다.혹 망자에게 누가 될까바.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어스렁어스렁 거리며 걸어도 산을 올라가기는 하는가 보다. 잔설이 낀 우이암의 모습 언제 보았도 장엄하다. 

 

 

요기까지 오는데도 벌써 한시가 넘었다. 출출하다.우이암을 바라보면서 자리를 잡고 배낭을 풀었다.

 

멀리 원통사도 보이고..

 떠돌이 산고양이가 어디서 왔는지 지도 좀 달란다. 내 몫인김밤을 하나 던져 주었다. 바위위라 김밤이 대굴대굴 글러 떨어져 세번이나 던져주었다.며칠 굶었는지 후딱 먹어치운다.

 

허기가 가시지 않았는지 더 달라는 눈치다. 통닭한조각을 던져주었다. 낼름 낼름 삼키더니 자꾸 처다본다. 그래 좋다. 오늘은 니랑 친구하지 하는 생각으로 몇점 더 선심을 부렸다.

 

년석, 참, 맛이 있는지 혀까지 날름한다. 이년석도 나들이 나온걸까?

 

대충 배낭을 꾸리고 잔설이 낀 우이암을 바라보았다. 잿빛 하늘 아래 모습이 새맛이 난다.

 

벗어논 배낭 쪽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기에 돌아보았더니 왠 살괭이 같은 놈이 째려본다. 지 몫을 달라는 것인지.. 섭하다는 뜻인지. 눈매가 여간 매섭지 않다. 그리고는 횅하니 달아난다.  

 

우이암 오르는 계단 앞의 바위다. 표준으로 잡히지 않든 놈이 광각렌즈에는 통채로 잡힌다.

이제 슬슬 바위사냥이라 할까.

 

 

 

멀리 오봉도 보이고

 

잿빛하늘아래 만장, 선인 자운봉도 보이고... 이런날 이런 경은 광각에 안맞는가 보다.

 

 

 

바위 위에 앉은 저 까마귀 무엇을 생각할까. 귀소를 생각해나.

 

바위 틈의 빌붙어 뻗어난 저 솔,,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는 의미일까? 

우이암은 그저 침묵할 뿐인데..

날은 저물어고.. 이제 까마귀조차 귀소하려나 보다.

 

 

 

 

 

 

 

 

수락산의 철모바위와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도봉의 바위.

해는 저물었는데 어둠이 내려 앉은 바위 앞의 두 사람.. 무엇을 생각할까?

흐린날 기대하지 않았던 저 달이 나무가지 속에서 반짝 미소짓는다. 편한한 걸음으로 내려 가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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