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迷路)의 인생

2009. 7. 2. 23:52넋두리

 

(천관산)

 

미로(迷路)의 인생

 

해는 떨어지고 어둠이 내려앉는 황혼길

달리 더 가야할 길 없건만

속절없이 마감하기에는 미련이 남는다.

출렁이는 생각의 여울

무심했던 마음이 따라 출렁인다.

 

어둠의 공간을 채운

싸늘한 동굴의 냉기

외로움의 돌뿌리가 고개를 들면

시간 속을 내딛던 발걸음이 무거워 진다.

 

누가 그랬던가.

꽃은 일생 동안 자신을 물들인다 고.

그런데 내 정원에는 피는 꽃이 없다.

그 흔한 장미꽃 하나 없다.

 

돌아보면 피워보고 싶은 꽃들도 있었겠지

왜 그랬을까. 시간의 빗질에 쓸려가는

그런 것들이라고 너무 일찍 버렸나

 

불꽃같은 열정 환희의 노래를 구가하던

그 젊은 날 무엇을 했던가

곱지 못한 세월의 빈정거림 속에

그 모두를 한 구석으로

밀쳐 버렸나 보다.

 

빈 정원에는 쭉쟁이 같은 사유의 잡초들만 무성하다.

뒤 모습이 고우려면 무엇 하나 심어 놓고 가야할 텐데.

 

미로의 인생길 용케도

굽이굽이 돌아 왔건만

황혼의 마지막 카오스의 동굴

냉기만 흐를 뿐

어둠 속을 밝혀줄 빛이 보이지 않는다.

 

방황은 길이 없어서가 아니라

길이 많기 때문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

 

카오스의 동굴 속에

나는 또 걸음을 멈추었다.

 

(월출산 음수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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