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행려(雲水行旅)

2008. 3. 12. 22:38넋두리

 

<수락산에서>

 

운수행려(雲水行旅)


어느 산악인이 이런 말을 했다.


『산을 내려와서 산을 보면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산에 오르면 그곳에 산이 없다.』


청년은 꿈을 꾼다.

靑雲의 꿈을.

그러나 새벽이 오면

어둠이 사라지듯

나이가 들면 그 꿈은

홀연히 사라진다.


인생이란 꿈길과 같다.

홀연이 깨어보면

본래 그 자리.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다.


구름은 산으로 가고

강물은 바다로 가지만

산에는 구름이 없고

바다에는 강물이 없다.


선사가 이른 말

萬法歸一 이요

萬行歸眞 이라고.


四大가 주인이 없고

오음이 空한데

꿈을 꾸는 이 몸은

어디로 가고

무엇이 진실인가.


초승달 홀연히

왔다가 간 자리

한 무리 밤 기러기

허공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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