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고목(枯木)이여

2007. 10. 9. 00:37넋두리

 

 <대청봉 가는 길에07.10.07>

 

설악의 고목(枯木)이여


천년을 구가(謳歌)하든

설악의 고목(枯木)이여.


대청봉에 비바람

그칠 날 없어도

아랑곳 하지 않던

너였으리,


만국기 펄럭이며

하늘을 찌르듯

제왕처럼 뽐내든

그 옛날의 기상(氣像)


흐르는 세월 앞에

할퀴고 찢기어

허물어진 나신(裸身)

타다만 숯덩이가 되고.


지금은 칠통(漆桶)되어

바랜 잎새마저 모두들

무참히 떠나갔구나.


허무와 고독도 사치스러워

바닥에 팽겨쳐진 물고기처럼

아가미조차 문드러진 네 영혼


네 무슨 한이 남아

네 무슨 미련 남아


가는 길손 눈을 잡고

그래도 애원하며 절규하느뇨.


세찬 바람

안개는 비가 되고

검은 돌무덤만 응시하는

대청봉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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