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자의 길(3)

2007. 8. 16. 23:00붓다의 향기

<경포대에서> 

 

 

구도자의 길(3)


禪語에는 無住니, 放下着이니 하는 말이 회자한다.

집착하지 말고 놓아 버려라는 의미인데

이는 곧 삶의 길에서 보면

받아들이지도 말고 거부하지도 말라는 의미다.

사실 삶이란 따지고 보면

거기 그럴 만한 것도 아무것도 없다.

버릴 것도 없고 취할 것도 없다.

꼭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이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는 그 어떤 것도 없다.

그럼으로 삶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호기심, 분별심, 집착, 애착 등등

인위적인 것은 모두 버려야 한다.

그것은 모두 마음이 지어내는 장난이기 때문이다.


모든 행위는 누구를 위한 것도

그 무엇을 위한 것도 되어서는 아니 된다.

오로지 그 행위는 그대 자신이 되어야 한다.

선사의 말을 빌리자면

「수처작주입처개진(隨處作主立處皆眞)」이다.


모든 일은 거기 저절로 일어났다가

제 스스로 사라져 버리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아침이면 아침밥을 먹는다.

아침이기 때문에 밤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배가 고프기 때문에 밥을 먹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아침이기 때문에 아침밥을 먹는다.

갈증이 나면 물을 먹는 것이 아니라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에

물을 먹어 두어야 한다고 물을 마신다.

분별이다. 그 이유는 생물학적으로 자명하다,

그러나 인위적이다.

인위적(人爲的)이란 곧 마음의 장난인 것이다.

그럼으로 마음의 장난에 춤을 추지 말아야 한다.


세상을 보라.

이 세계는 그대의 의지가 아니라

우주 자체의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강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밤이면 별들이 반짝이고, 태양은 아침에 떠오른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면 또 겨울이 온다.

나무들은 자라서 꽃피었다가 낙엽이 되어 지고 있다.

이 세상 전체가 나의 의지가 아니라

그 자체의 법칙으로 움직이고 있다.

붓다는 이를 인연의 법이라고 했다.

無爲의 법이라 했다. 그래서 순연(順緣)하라고 한 것이다.


그대가 이러한 우주의 법칙에 묵묵히 따를 수 있겠는가? 

그대 자신을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상태에 맡길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그대는 이미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비록 法服을 입고 절이나 수도원에 앉아 있지 않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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