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2
2007. 3. 25. 00:03ㆍ넋두리
<수락산에서>
수락산 2
마음이 울쩍하고
삶에 앙금이 서릴 때
나는 산으로 간다.
수락산으로 간다
그리고 들어본다.
바위들이 들려주는
눈과 바람과 구름의 이야기를
고즈넉한 달빛아래
들리는 산새소리에 애도 끓어보고
천둥소리에 가슴도 졸여본다.
꽃들의 속삭이는 소리에는
이름모를 그리움의 연정을 느꼈다가도
약삭빠른 다람쥐들의 재롱에는
나도 모르게 얄미운 부화도 일어난다.
바위 틈 속에서
얼굴 내민 파란 잎새라도 발견하면
새봄의 한 꼬투리를 보는 것 같고
퇴적더미 마냥 딩구는
쇄락한 누런 낙옆들을 보느라면
떠난 버린 가을의 비정함도 느껴본다.
산은 참 말이 없다.
언제나 찾아가도 말이 없다.
그러나 산은 나의 친구다
눈이 오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산은 그저 말없이 반겨준다.
언제나 친구처럼
그래서 산이 좋다
그래서 나는 산을 간다
마음이 울쩍하고
삶의 앙금이 서릴 때
나는 산으로 간다.
수락산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