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차 한잔 하시려오

2007. 2. 9. 22:52삶 속의 이야기들

<불암산에서> 

 

 

곡차 한잔 하시려오


서구적인 열풍 속에 물질만능주의를 추구하는

산업사회의 각양각색의 가치관은

우리의 진정한 삶의 의미를 혼돈의 늪으로 몰고 있다.


어느 유명한 외국가수가 국내에서 공연을 가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갖가지 옷차림이 현란했다.

어떤 중년 신사가 이들의 옷차림을 보고

개탄하면서 옆 사람에게 말했다.

『저것 좀 보세요. 세상이 말세가 되었는지

저기 강아지에다 옷을 입히고, 찢어진 청바지에

양담배를 물고 머리를 짧게 깎고 있는 청년을 좀 봐요.

저게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

도대체 구별이 안 갑니다.

저들 부모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저것도 자식이라고 여기겠지요?』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투명스럽게 말했다.

『저 애가 바로 내 딸이랍니다.』

그 중년 신사는 그만 겸연쩍어 송구하다는 듯 말했다.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당신이 저 애 어머니인 줄도 모르고 그만 실례를 했군요.』

그러자 그 사람은 앙칼지게 말했다.

『여보시오, 말조심하시오.

나는 저 애의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란 말이요!』


 이제는 남녀의 구별조차 분간할 수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그럼으로 진리가 무엇이며,

자아가 무엇이며, 사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것이다.

참되게 살다가 한 세상을 마감하고 싶어 했던

소박한 우리의 마음도 부(富)와 힘을 자랑하는

물질만능의 서구적 문화 앞에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 혼탁한 세상, 스님은 어디로 가시렵니까?

스님, 목탁 내려놓으시고

이 비 오는 날 곡차나 한잔 하시지 않으려오.


~<사십이장경 이야기의 서문에서/지문과 현림저>~


'삶 속의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쾌유를 기원합니다  (0) 2007.07.30
옥녀봉의 전설  (0) 2007.06.12
오늘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나  (0) 2006.12.26
모기도 죽은 자는 물지 않는다.  (0) 2006.11.30
누드(nude)의 원조  (0) 200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