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날 아침에

2006. 12. 17. 12:19넋두리

 

<산업대학에서> 

 

 

 

눈 내린 날 아침에


시름시름 내리던 비가

밤사이 눈이 되어

창밖은 온통 설국(雪國)이 되었다.


저물어 가는 이 한 해

가슴 시린 그 서러움도

못 다한 그 미련도

그렇게 씻어버리고

그렇게 덮어버리라고

하얀 눈이 밤을 밝힌 모양이다.


차가운 대지 위에

소리 없이 쌓인 하얀 눈 

고요한 새 아침을 밝힌다


부질없는 짓

이것은 아닌데

이것은 아닌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살아 온 지난 세월


비우고 또 비워야할 일이 많음을

저 하늘도 아는 지

잊고 또 잊어도 다시 잊어야 할 일 

그것이 속세의 삶인 줄 아는지


씻고 또 씻어라 하고

덮고 또 덮어 라고

저렇게 밤을 밝히며

하얀 눈이 내렸나 보다.


홀로 왔다가 홀로 떠나야 할

삶의 뒤 흔적을

무엇이 그리 애달프냐고

무엇이 그리 미련이냐고


그저 그렇게 덮어 라고

모두들 잠든 고요한 이 한 밤에.

하얀 눈이 저렇게도 내렸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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