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쫓던 개 지붕 처다 보듯
2006. 11. 16. 23:53ㆍ잠언과 수상록
<내장산 서래봉 능선 길>
닭 쫓던 개 지붕 처다 보듯
친구들과 어울려 장난으로 산 복권은
꽝이 되어도 허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꿈자리가 좋아서,
꼭 될 것 같아서 산 복권은
꽝이 되면 정말 허망하게 느껴집니다.
욕망이란 것도 그렇습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아니하고
즐기는 유희와 같은 욕망은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리 허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과에 집착하고
기필코 성취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면
그 실패에 허망한 마음이 일게 됩니다.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변명도 요란합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지성이며 감천이지.』
그렇게 위안하면서 매달리게 됩니다.
때로는 자기 분수를 넘어
무리수를 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기분도 잘 네고
허세가 많고,
잘난 척, 있는 척 합니다.
선어(禪語)에 이르기를
『조고각하(照顧脚下)』라 했습니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자기 발밑을 잘 보라는 의미입니다.
허망함이란 자기 분수를 모를 때,
집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크게 옵니다.
그래서 지족(知足)하는 사람이 되라고
옛 선인들이 교훈을 남긴 것입니다.
삶의 진정한 행복이란
더 높이,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낮게, 더 적게 가지는 마음에서 옵니다.
그렇게 살지 못한 인생이라면
이마에 주름살 깊어가고
머리에 잔설이 돋아날 때
닭 쫓던 개 지붕 처다 보듯
허망한 인생으로 끝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