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회피

2006. 11. 9. 23:02잠언과 수상록

<수락산의 바위들-종탑> 

 

 

 

책임회피


어느 철학자가 그랬던가.

현시대는 불확실성(不確實性)의 시대요,

불확정(不確定)의 시대라고.

사실 우리는 무엇을 대하여

답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독일의 저명한 물리학자인

월터 카우프만(walter kaufmann1871〜1947)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오래동안 존재해 왔지만

아직 명명되지 않은 하나의 공포가 있다.

나는 이것을 <판단공포증>이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문제에 봉착한다.

특히 삶의 방식이나 종교적인 귀향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엇 하나 자기 혼자 결정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판단공포증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대신해서 결정하도록 방치한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왜냐하면 그들의 말을 따르게 되면

그들 자신은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니, 책임을 전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건대

어떤 문제에 대한 결정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결정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방법은 다르지만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결정의 책임에서부터

벗어나려는 점에서 본다면 똑같은 것이다.


새로운 세대는 뒤의 방법 즉 방임하는 쪽을 선택하였다.

부모는 자식의 판단에 맡기고,

자식은 부모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남편은 아내의 판단에 맡기고

아내는 남편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구세대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결정하도록 앞의 방법을 선택하였다.

전통이란 보수적인 가치관에,

주변사람들이 말하는 사회적인 가치나 윤리관에 그대로 맡겼다.

그러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자기가 아닌 타인이나 사회에 떠 넘기기에 수월해겼다.


그러나 그대가 그저 뗏목을 타고 물결 흐르는 대로 맡겨 둔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 자신의 결정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는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부처는 일지기 무아(無我)와 무아소(無我所)를 말씀하셨다.

주관으로부터, 객관으로부터 자유로운 주체적인 사람이 되라고.


오늘날 선어(禪語)에서 회자하는 한도인(閑道人)이란

할 일 없는 늙은이라는 말이 아니라

자유의사로 

자기의 순수한 의지로

자기의 참 삶을 찾아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임을 아는 자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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