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자의 길(6)

2006. 11. 3. 23:55야단법석

 

 

구도자의 길(6)


아름다운 저 달이여

은하수를 돌고 돌아

그토록 둥굴어 졌는가


새하얀 얼굴에서

쏟아지는 그 빛은

우주를 다 비추네


팔과 팔을 연이은

원숭이들은

그림자들만 헛되이

건지려 하나


높이 뜬 저 달은

본래대로 푸른 하늘에

그대로 있네


<월마은한전성원(月磨銀漢轉成圓)

소면서광조대천(素面舒光照大千)

연비산산공착영(連臂山山空捉影)

고륜본불락청천(孤輪本不落靑天)>

 ~<석문의범 관음예문>중에서~


진리의 세계란,

부처의 세계란,

총체적(總體的)이며 동시적(同時的)인 세계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차별상의 갖가지 다른 모습들이

쉼이 없이 번거롭게 일어나지만,

일어난다 해도 그것은 총체적인 모습을 떠나지 않았다.


그럼으로 

그것은 보인다고 해서 정말로 있다는 것은 아니며(不有),

설사 각자가 차별적인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총체적인 모습을 떠나지 않으므로

그윽이 고요함은 정말로 없는 것도 아니다(非無).

따라서 다른 모습 그것은 있다 해도

정말로 있는 것이 아니므로(不有)

지식으로, 억념으로 분별하는 마음(有心)으로는

그 실제모습인 총체적인 모습을 모르며,

그것은 다른 모습의 구별이 없다 해도

정말로 없는 것이 아니므로(非無)

이는 무심(無心)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진리의 세계란,

경에서 이르는 진여법계란,

그 안에서는 모든 차별성이 끊겨 있으므로

어떤 차별적인 언어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진정 이를 알고 구하고,

행하는 자는 오로지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배는 물에 머물지만

그러나 물이 배 안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되듯,

진정한 구도자, 보살행을 바라는 마음을 지닌 자라면

이 세상을 살지만

그러나 이 세상이 그의 영혼 속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부처를 찾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찾아,

시심마의 화두를 가지고 진리의 세계를 뛰어 들지만

어떤 형상이나,

무엇이라 정의된 말이

그대의 마음속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흐르는 개울물은

때로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빙빙 돌기도 하고

웅덩이에 잠시 고이기도 한다.

그러나 곧 다시 물길을 잡아 제 속도로 흘러간다.


구도자는 때때로 달콤한 말과 기이한 행동에 매료되어

꿈같은 욕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잠시적인 탈선이 되어야지

그것이 그렇게 오래 지속되어서는 아니 된다.


부처를 찾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찾는 길은 특정 지어져 있지 않다.

재가 수행자이건 출가 수행자이건

그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마음을 언제나 이를 향하게 하고 집착함이 없이

그대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


등에 종기가 난 사람의 경우

말할 때나 일할 때나 언제든지

그의 마음은 늘 종기 난 곳에 있다.

부처를 찾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찾는

진정한 구도자라면 그 마음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야단법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눈을 뜬 자만이  (0) 2006.11.29
마구니의 의미  (0) 2006.11.04
이름과 문자에 메이지 말라  (0) 2006.11.01
[스크랩] 生平欺狂男女群-열반송  (0) 2006.10.29
입은 하나요, 귀는 둘이다  (0) 200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