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1. 1. 23:43ㆍ야단법석
이름과 문자에 메이지 말라
경전의 법을 공부하게 되면 수많은 보살들의 명칭을 비롯하여
각가지 궁극적 실체를 밝히는 세계가 등장한다.
그러한 명칭과 이름들은 모두 인식하는 주관적인 마음을 의지해서
그 인식의 대상인 객관의 세계가 성립하고,
그 성립된 법을 따라서 그 세계에 대한 이름이 짓어졌을 뿐
달리 그 어떤 세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진리를 설함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네 성인인
성문, 연각, 보살, 부처인 이들 사성의 정법에 거처하면
그것을 진제(眞諦)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천상, 아수라, 인간, 축생, 악귀, 지옥세계의 중생인
육도 범부의 염법(染法)에 거처하면
그것을 속제(俗諦)라는 이름으로 지었을 뿐이다.
이는 흡사 황금으로 그릇을 만들면
그 그릇의 모양새에 따라서 각각 다른 명칭이 붙는 것과 같고,
쓰임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예컨대 황금이란 동질성은 같지만
반지와 팔찌는 각각 다른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손가락에 끼면 반지라는 이름으로,
팔에 걸면 팔찌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과 같다.
경전에서 이르는 진여 등 각각의 이름도
중생들의 개별적인 상황의 변화를 따르고
그 듣는 자의 근기와 상황에 맞추어 설해졌을 뿐
이름이 달라도 그 본래 자리는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상황의 구별에 따른 이질성에 붙여진 이름을
달리 생각하고 또 실재인 양 굳게 집착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서 모든 세계의 차별상이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무아라고 하면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고
법성이라고 하면 사물의 존재로 생각하게 되고
진여라는 추상적인 어떤 존재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진실한 황금 자체는
그 어떤 상황에도 변치 않는 동질성을 갖고 있지만,
차별적인 그릇의 형태에 의지하여 다른 이름을 가지기 되듯
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릇에 따라 달리 붙여진 이름을
그 어떤 개별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또 그것이 또 다른 실재인 냥 집착하기 때문에
반지와 팔찌의 황금이 평등하게 받아드리지 않게 되듯
자성이라는 것도 불성, 법성, 진여 등 갖가지 이름에 속에
다르게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에 이름이 달리 이름이 붙여지면
사람들의 마음은 그 차별상으로 인하여
이름(명칭)과 문자(文字)의 상(相)을 만들지만
그런 주관적인 언어(言語) 명자(名字)의 분별시비가
어떻게 그 근본마저 미혹할 수 있겠는가.
진리에 대한 갖가지 이름과 문자상들이 차별을 뜻하는 것은
둥근 그릇과 모난 그릇에 붙여진 이름이 동일하지 않듯,
광석에 섞여 있는 금과, 잡철을 제거한 순금을
언어적으로 설명하는 데 차이가 있는 것과 같을 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 근원 자체를 추구해 본다면
그 동질성인 일심 진여에서는 현상 모든 세계의 차별적인 명사와
그에 따른 분별이 공적(空寂)할 뿐이다.
따라서 그 근본이념을 체득하고
상호관계성인 차별상으로 일어난 인연의 모습에서
그들을 실재라고 잘못 집착하는 허망한 마음을 잊는다면
부딪치는 길마다 이름과 문자상에 따른 차별심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결국 문자란 이정표와 같은 것으로
금이 있는 곳을 알려는 주지만 그 금을 파는 것은
바로 그대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옛 선사들은 항상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고 한 것이다.
부처의 길을 따르는 자여
물 속에 잠겨 있는 돌은
물이 결코 그 돌을 뚫지 못하지만
마른 흙은 물에 닿기가 무섭게 진흙으로 변하듯.
바른 도에 이르고자 한다면 언어문자가 다르다고 해서
문자상의 바람에 흔들리거나 갈등을 일으키지 말고
오로지 일심의 그 자리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문자에 따라 감으로
사소한 원인으로도 흔들거리고 혼란스러워지나니
진실로 바른 부처의 길을 가는 자라면
경전에 나오는 각가지 명자상에 메이지 말고
오로지 부처의 마음 본자리로 찾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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