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엄함 보다는

2006. 10. 28. 16:50잠언과 수상록

 

 

근엄함 보다는


큰 성당이나 큰 절에 가보면 근엄한 냉기만 감돌고 있습니다.

이름난 신부님들 일수록, 유명한 스님일수록 그러합니다.

부드러운 척 하지만 근엄하고 엄숙한 냉기만 풍기고 있습니다.


기독교 성자로 추앙받고 있는 성 프랜시스는

임종시 환희의 노래를 부르며 죽어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의아해 했습니다.

어떻게 숭고하고 근엄해야 할 성자가

죽음에 임하여 노래를 하다니.......


그래서 그런지 오늘날 가톨릭교도들은

슬픈 성자들만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슬픈 성자들을 기리고 있습니다.


오늘날 기독교인들도 아마 예수가 너털웃음을 웃었다면

카톨릭의 권위를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가장 근엄해야 할 성자가 웃다니,

그렇게 인간적이고,

그렇게 평범한 일을 어찌 예수가 하는가?

그들은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지 하나밖에 모르는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를 인간 위쪽 높은 곳에다 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에게서는 인간적인 것이 모두 떨어져 나가고

그는 결국 시체와 같고 핏기 없는 성자가 될 뿐입니다.


만일 그대가 노래 부르면서 죽을 수 있다면

그것은 그대가 노래하면서 살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대의 삶은 하나의 기쁨이었고,

죽음은 

그 기쁨이 절정에 이른 모습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종교도, 삶도

근엄해서는 안 됩니다.

종교라는 것은, 삶이란 것은

처음도, 중간도, 끝도

언제나 즐거워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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