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7. 8. 00:11ㆍ넋두리
산에서 배웁시다.
산을 좋아하는 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산이 있기에 산을 오른다.』
생각해 보면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네 삶은 다릅니다.
우리의 마음에 욕망이 있기에,
우리의 마음에 바램이 있기에,
우리의 마음에 <나>라는 것이 있기에,
우리는 보이는 산이 아니라
꿈꾸는 산을 오르는 것입니다.
산은 천만년을 살아도 말이 없는데
백년도 채 못사는 우리들은 말이 참 많습니다.
산은 묵묵히 단지 보여주고 있을 뿐인데
우리는 안달스럽게 무엇인가를 찾고 있습니다.
산은 무엇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산은 빨리 올라오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정상이 여기 있다고 자랑하지 않습니다.
산은 그저 와서 즐기라고 보여만 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빨리 올라가야 한다고,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고 야단입니다
즐기는 것은 정상에 선 다음이라고
지금은 그저 뛰어가야만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산은 모든 것을 가리지 아니하고 받아드립니다.
먹구름이 가리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비둘기가 날아와도, 새매가 날아와도
토끼가 굴을 파고, 두더지가 굴을 파도
산은 모든 것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리는 것이 많습니다.
가문(家門)과 동향(同鄕)을 가리고
학벌(學閥)과 동창(同窓)을 가리고
선악시비를 가리고, 가난한 자와 부자를 가리고
덕이 될 사람, 해가 될 사람을 가립니다,
산은 산과 경쟁을 하지 않습니다.
높은 산은 낮은 산을 보고 교만하지 아니하고
낮은 산은 높은 산을 시기하지 아니합니다.
계곡은 정상(頂上)을 시기하지 아니하고
정상(頂上)은 계곡에 교만하지 않습니다.
높은 산은 깊은 계곡을 품에 않고
깊은 계곡은 높은 정상을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릅니다.
우리는 항상 경쟁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항상 남을 의식하고 시시비비에 살고 있습니다.
잘난 자는 못난 자를 비웃고
못난 자는 잘난 자를 시기합니다.
많이 가진 자는 적게 가진 자를 게으른 자로 비웃고
적게 가진 자는 많이 가진 자를 도둑으로 시기합니다.
많이 배운 자는 요령과 위선으로 교만의 배를 채우고
못 배운 자는 자기 비하감(卑下感)으로 허기져있습니다.
아래는 위를 헐뜯고, 위는 아래를 이용합니다.
산의 가르침을 배웁시다.
말없이 장엄함을 보여주는 그 침묵의 비밀,
앞서려고 다투지 않는 무위의 그 가르침,
남과 경쟁하지 않는 겸손의 그 가르침,
모든 것을 거두어 받아드리는 관용의 덕을 배웁시다,
교만과 비하감이 없는 무소유의 넉넉함을 배웁시다.
그 조화와 그 자연스러움을 배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