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을 어이하란 말입니까

2006. 3. 17. 23:01잠언과 수상록

 

이 마음을 어이하란 말입니까?



기분이 좋은 날은

보는 것, 듣는 것 모두가 좋게 보입니다.


전신줄에 앉아서 재잘 되는 참새마냥

사람들이 수다떠는 푼수같은 소리에도

북쩍되는 전철속에서

“회개하라. 천국이 여기있다”고 외치는

설익은 선지자의 목소리에도.

욕을 먹어도, 엎어지고 자빠져도,


마음이 우울한 날은

보는 것 듣는 것 모두가 짜증만 납니다.

길가에 튀어나온 돌부리에도,

길에서 부딪치는 사람들도,

칭찬을 들어도,

웃음과 환대를 받아도,


내 마음이 호기심이 일면

보는 것, 듣는 것 모두가 신비스럽습니다.


아파트 담벼락에 돋아난 풀한포기

매일 떠고 지는 저 달과  저 태양도,

짙은 안개, 부슬 부슬 내리는 가랑비

하얀 흰구름, 화사한 꽃들이


마음이 공허하면

보는 것 듣는 것 모두가 허망하게 느껴집니다.

일이 그렇고,

출세한다는 것이 그렇고,

자식이 그렇고,

돈이 그렇고, 집이 그렇고,

산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내 것인 줄 여겼든 이 내 마음이

어디로 뛸 질 모르는 개구리마냥

어제는 저리뛰고

오늘은 이리 뜁니다.


부처여, 달마여!

도대체 이 마음을 어이하란 말입니까?

술취한 나그네 갈 길 몰라 헤메이듯,

잔나비 숲에서 이 나무 저 나무 노니듯

머물지 못하는 이 마음을 어이하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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