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2006. 2. 28. 00:13생각하며

 

 

포 장 마 차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 세상사 인연들

놓는다. 버린다, 말들은 하지만

그 어찌 놓는다고 그리 쉽게 놓아지고

그 어찌 버린다고 그리 쉽게 버려지랴.


부처가 그랬던가, 달마가 그랬던가

이 몸을 놓아야 다 놓는 것이라고,


그래서 놓았는가?

그대는 그대의 몸을.


휑하니 부는 바람

귀 끝보다 마음이 시려

발길을 돌려본다,

넓은 공원 빈 구석 포장마차로,  


봉이라도 잡은 듯

우람한 선머슴 같은 더벅머리 젊은 주인,

세운 옷깃 내리기도 전에

어설픈 웃음 지어가며

자리에 앉기도 전에 부지런히 내놓는다.

소주 한 병 그리고

토막낸 양배추에 멀건 콩나물국 한 그릇


멀슥해진 얼굴에 콩나물국 마시며

그래도 한마디 걸쳐본다.

“안주만 시키면 되겠네요.”


질문은 사라지고 답만이 떠도는 이 사바의 삶


손님도 설렁한 이 포장마차 속으로,

 틈새의 차가운 한기가

그리움과 허무의 냉기를 더한다,


잊혀진 옛 가락 흥얼거리면서 

주거니 받거니 질펀하게 권해보던

따스한 봄날 천성산 계곡의 그 추억들이

물안개 피어오르듯 텅 빈 내 가슴에 솟아오른다.


<사랑하는 지기의 49재를 기리는 늦은 밤에>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독한 한 밤의 자화상  (0) 2006.03.18
삶의 이정표  (0) 2006.03.06
울면서 왔지만  (0) 2006.02.14
사랑하는 마음은  (0) 2006.02.11
피지 않을 꽃일망정  (0) 200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