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한 밤의 자화상
2006. 3. 18. 23:57ㆍ생각하며
고독한 한 밤의 자화상
~현림~
주마등같은 인생살이
한 폭의 그림을 그려
벽에다 걸어놓고
먼 산의 흰 구름 바라보듯
무심히 처다 본다.
회색 블록에 둘러쌓인
내 조그만 화상
몸부림치면서 달려 간
인생의 산마룻길
찬 서리 눈비 맞으며
그래도 향기를 놓지 않는 매화꽃처럼
딩굴며 올라갔던 젊은 날의 추억들이
유리창에 김 서리듯 눈시울을 가린다.
돌아다보니
내 삶의 파도는 바위에 시달려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내 영혼은 사바의 바람에
남은 깃털마저 다 해졌다.
그래도 한 세월 용케도 견뎌냈는데
어둠은 여전히 바위처럼 굳어져 오고
밉살스러운 먼 산의 두견새만
실날같은 목소리로 이 밤을 노래한다.
내 곁을 스치고, 머물다 간 사람들
마음은 향수에 젖어
끊임없이 묻어나는 옛 추억들.
미운 정, 고운 정, 서러운 정, 아쉬운 정,
새벽은 아직도 어둠 속에 코를 고는데
찟겨진 문풍지 틈새로
그리다 만 내 인생의 그림에
밤의 냉기가 빈 구석을 시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