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편지/삼독의 번뇌
2005. 12. 8. 10:37ㆍ선시 만행 한시 화두
편 지
-삼독번뇌(三毒煩惱)-
(고봉스님이 경봉스님에게)
가을바람이 펼쳤던 서책의 갈피를 넘깁니다.
문 밖에는 낙엽 지는 소리가 사락사락 귓가를 간지럽게 합니다.
만행 끝에 잠시 머문 해인사 문지방에는
가을이 때늦은 봇짐을 풀어놓고 나를 유혹하는 듯합니다.
붓을 꺼내놓고 그 가을의 향내를 그리려 했지만
흰 종이에 그린 것은 오직 점 하나뿐입니다.
이런 날이면 무엇 때문인지 끊임없이 마음이 흔들립니다.
아마 번뇌가 내 몸속에 남아 있는 탓이겠지요.
탐욕과 화냄, 어리석음의 삼독번뇌를 벗지 못하는
한 중생의 모몰염치(冒沒廉恥) 때문이겠지요.
시냇물에 몸을 씻어 번뇌를 지우다가 지우다가
끝내 다 지울 수 없어 멍청히 지는 잎을 바라보지만
부끄러운 생각에 그만 등줄에 땀만 흐릅니다.
아마 아직도 수행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스님 이만 허튼 말을 줄이겠습니다.
출처:<화두, 편지/명정스님, 정성욱편저/고요아침>
출처 : 천성산 용주사
글쓴이 : 현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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