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證道歌) 제49구 일체시(一切施) 보시

2025. 6. 13. 11:01증도가

세력이 다 하면 화살은 다시 떨어지나니

내생에 뜻과 맞지 않은 과보를 부르리로다.

 

~原文~

勢力盡箭還墜 (세력진전환추)

招得來生不如意 (초득래생불여의)

 

경전에 의하면 보시를 세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는 법시(法施)이며,

둘째는 무외시(無畏施)이고,

셋째는 재물시(財物施)이다.

 

법시란 사람들에게 계(戒)를 수지하게 하고

출가의 마음을 닦도록 권유하며,

사견을 허물어트리기 위해 단(斷)ㆍ상(常)의

네 가지 전도(顚倒)*와 여러 악과 허물을 설하고,

진제(眞諦)의 뜻을 분별하고

개시(開示)하고 정진의 공덕을 찬탄하며,

방일의 허물과 악에 대해 설하여 주는 것이니,

이것을 일컬어 ‘법시’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단()ㆍ상()의 네 가지 전도(轉倒),

무상(無相)ㆍ고()ㆍ무아ㆍ부정(不淨)의 생사를

()ㆍ낙()ㆍ아()ㆍ정()이라고 집착하는 것,

혹은 상ㆍ낙ㆍ아ㆍ정의 열반을

무상ㆍ고ㆍ무아ㆍ부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며,

전자는 유위(有爲)의 네 전도(轉倒)이며,

후자는 무위(無爲)의 네 전도(轉倒)이다.

또한 어떤 중생이 왕이나 사자ㆍ호랑이ㆍ승냥이,

물이나 불, 도적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면

보살은 이를 보고서 능히 구호하니, 이를 일컬어 ‘무외시’라고 한다.

 

또한 보살은 스스로 재물을 베풀어 인색하지 않으니,

위로는 진귀한 보배, 코끼리나 말, 수레,

수가 놓인 비단, 곡물이나 의복, 음식으로부터

아래로는 찐 보릿가루 한 주먹, 한 가닥의 실에 이르기까지

많든 적든 구하는 자가 있으면 필요로 하는 바에 따라

마음에서 우러나 주는 것이니, 이를 일컬어 ‘재시’라고 한다.

 

앞(제48구)에서는 주상보시(住相布施)는

아무리 복덕이 높아도 허공에 화살을 쏜 것과 같다고 했다.

여기서는 그 말을

“내생에 뜻과 맞지 않은 과보를 부르리로다.”라는 말로

바뀌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아함의 경전에서는 온갖 중생들은 가장 높은 하늘(天)인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을 닦아 증득한 것을

바로 열반이라고 말하지만, 닦은 선(善)한 과보가 다하면

다시 3도(塗)에 떨어지게 된다고 관찰하라는 것이다.

삼도(三塗)란 화도(火塗:사나운 불길이 타오르는 지옥취),

혈도(血塗:축생),

도도(刀塗:칼로써 서로를 핍박하는 아귀취)를 말한다.

()란 중생이

업인(業因)의 차별에 따라가는 것이 여섯 곳이 있는데

이를 육취(六趣)라고 하며 육도(六道)라 한다.

여기서는 가장 혹독한 3곳을 들었다.

 

그렇다면 보살은 어떻게 보시하여야 하는가,

『발보리심경론(發菩提心經論)』은 이렇게 설명한다.

 

「보살인(菩薩人)이 행하는 보시를 일체시(一切施)라고 이름한다.

여기서 일체시란 많은 재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시하는 마음[施心]을 말한다.

여법하게 재물을 구하여 지니다가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청정한 마음으로 아첨이나 곡해함이 없이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빈궁한 자를 보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재앙이나 고통을 당하는 자를 보고

자비의 마음으로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가난하여 재물이 적으면서도 능히 잘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보물을 사랑하고 중히 여기면서도

마음을 열어 능히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계를 지녔거나 계를 어겼거나 밭(福田)을 가졌거나

밭을 갖지 않았거나 관계없이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한다.

인간세계와 천상세계의 미묘하고 좋은 즐거움을 바라지 않고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위없이 높은 대보리를 희구하여 보시하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하며, 보시하고자 하여 보시했을 때

보시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는 것을 ‘일체시’라고 이름한다.」

 

위에서 보시를 수행할 때 재물과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차별을 돌아보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그 3가지가 모두 상(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를 행함은 곧 무주상(無住相) 보시를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보살이 수행해야 하는

육바라밀 중 보시바라밀을 구족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49구에 이어

바로 실상문(實相門)에 뛰어 들어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남명전화상송증도가사실(南明泉和尙頌證道歌事實)의 해설 ~

【琪注】 하늘을 우러러서 허공에 화살을 쏘는 경우

세력이 다 하면 마침내 땅에 떨어지는데

인천(人天)의 복(福)이 사라지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른바 “인간세계의 네 가지 모습[四相]과

천상 세계의 다섯 가지 쇠함[五衰]”이

모두 복이 사라지는 모습이다.

네 가지 모습을 말해 보자.

첫째는 태어나는 모습[生相]이고,

둘째는 늙어가는 모습[老相]이고,

셋째는 병이 드는 모습[病相]이고, 넷

째는 죽어가는 모습[死相]이다.

다섯 가지 쇠함을 말해 보자.

첫째는 꽃으로 만든 관이 땅에 떨어지는 것[花冠墮地]이고,

둘째는 눈의 속눈썹과 눈꺼풀이 경련을 일으켜서

떨리는 것[目睫瞤動]*이고, 셋째는 권속이 떠나서

흩어지는 것[眷屬離散]*이고,

넷째는 몸의 빛이 저절로 없어지는 것[身光自滅]이고,

다섯째는 제자리[本座]가 즐겁지 않은 것이다.

내생(來生)에 뜻과 같지 않은 과보를 초래하는 것을 말해 보자.

고덕이 말하기를

“인천(人天) 복의 과보[福報]는 삼생(三生)의 원통함이 되는데,

사람들이 아는 이가 드물다”라고 하였다.

진실로 세상 사람들은 그 복력(福力) 때문에

근본을 밝히지 못하고 더 나아가서

복력을 더욱 증가시킨다. 이 세간의 복으로

감정을 방자하게 해서 즐기다가 목숨이 다하는 때가 오면

복은 다해도 업은 남아 있으니,

이번에는 반대로 악도(惡道)에 떨어져서

갖가지 고통을 받는다.

이것이 내생에 뜻과 같지 않은 과보를 초래하는 것이다.

 

*목첩순동(目睫瞤動): 첩(睫): 속눈썹 첩, 순(瞤): 눈꺼풀 떨릴 순

*권속(眷屬): 한집안 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