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法華經)의 사구게(四句偈)와 개시오입(開示悟入)

2025. 5. 27. 13:46경전과교리해설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약왕보살본사계품>을 보면

“어떤 사람이 7보를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채워

부처님과 큰 보살과 벽지불과 아라한에게 공양할지라도

이 사람이 얻는 공덕은

『법화경』의 4구의 게송 하나를 받아 가져

얻는 복만 못하느니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구게(四句偈)는 이것을 말합니다.

 

諸法從本來(제법종본래)

常自寂滅相(상자적멸상)

佛子行道已(불자행도이)

來世得作佛(래세득작불)

 

모든 법은 본래로부터

항상 스스로 적멸의 모습이니,

불자가 도를 행해 마치면

오는 세상에 반드시 부처님을 이루리라.

이 사구게(四句偈)는

《묘법연화경》「방편품」의 게송에 나와 있습니다.

 

법화경(法華經)의 원제(原題)는

번역자에 따라 경의 이름이 다릅니다.

하나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인데

이는 구마라집의 번역(406)이고,

다른 하나는 《정법화경(正法華經)》인데

이는 축법호(131~308)가 번역(286)할 때 붙인 이름입니다.

“연화경“은 연꽃에 비유했고, ”법화경“은 법에 비유한 것으로

큰 의미의 차이가 없지만

큰 차이는 축법호가 번역한 “정(正)”을

구마라집은 “묘(妙)”로 대치한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 도생(道生 ?~434)이 지은

법화경 최초의 주석서로 알려진

<묘법연화경소>에서는

”묘법이란 형태도 없고 소리도 없으며

모든 사고 영역을 초월한 것“이라 했고

광택사 법운(法雲)은 <법화경의기(法華經義記)>에서

”묘(妙)란 상대적인 것을 초월한 가리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천태 지의는 ”묘(妙)는 절(絶)이다.

절(絶)은 묘(妙)의 이명(異名)이다.“ 라고 했습니다.

즉 묘법이란 최고, 절대의 진리라는 것입니다.

사구게에서 말한 적멸(寂滅)이란

범명(梵名)으로는 Nirvana라고 합니다.

그 체(體)가 적정(寂靜)하여

일체의 상(相)을 여의었기 때문에 적멸이라고 합니다.

<지도론 55>에는

「삼독(三毒)과 모든 희론(戱論)을 멸했기 때문에 적멸이다.」

라고 했습니다.

”모든 법은 본래로부터 항상 스스로 적멸의 모습이다.”

라는 말은 곧 실상의 본체를 말하는 공(空) 도리를 말합니다.

<법성게>의

”제법(諸法) 부동(不動) 본래적(本來的)“이라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제법(諸法)의 공적(空寂)을 《관찰제법행경(觀察諸法行經)》에서

이를 풀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보살은 모든 법이 의지하지 않는 것[不依]임을 깨달아야 하며,

모든 법은 나오는 것이 아니고[不出],

소멸하는 것이 아니고[不滅],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不作],

생기는 것이 아닌[不生] 줄을 깨달아야 한다.

가볍고 헛됨을 여의었으며, 스스로 공()하며,

견고하지 않으며[不牢], 취할 것이 없으며[不取],

버릴 것이 없으며[不捨], 모든 법은 무상(無常)이고,

()이고, 무아(無我)이고,

적정(寂靜)인 줄을 깨달아야 한다.

모든 법은 공()이고, 무상(無相)이고,

무원(無願)임을 깨달아야 하며,

모든 법은 무아(無我)이고 무중생(無衆生)이고,

무명(無命)이고,

무부가라(無富伽羅)*임을 깨달아야 한다.

*무부가라: pudgala 자이나교에서는 물질을 의미하고

불교에서 푸드갈라(Pudgala)는 개인이나 사람으로 환생하는 실체,

즉 개인이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환생을 유지하는 경향의 묶음을 의미한다.

”불자가 도를 행해 마치면

오는 세상에 반드시 부처님을 이루리라.“라는 말의 의미는

《묘법연화경》 「방편품」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리불아, 과거의 여러 부처님께서

한량없고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이나 비유의 이야기로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셨으니,

이 법이 다 일불승을 위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을 따라 법을 듣고 행하면

필경에는 모두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었느니라.」

라고 했습니다. ”일체종지”을 얻는다는 것은

부처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정법화경(正法華經)》 <선권품>에서는

「무극(無極)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들어서 도달하게 된다면

이들도 비로소 부처의 제자가 되리라.」라고 했습니다.

표현은 다르지만 같은 의미입니다.

”일승(一乘)이란 성불하는 유일한 교(敎)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승(乘)은 차승(車乘)으로 불(佛)의 교법을 비유한 것입니다.

교법은 능히 사람을 실어서 열반(涅槃) 안(岸)에

나르게 함으로 승이라 한 것입니다.

법화경은 오로지 이 일승의 이(理)를 설한 것이기 때문에

일승(一乘)을 강조한 것입니다.

실상의 묘리로 밝힌 것이며, 이는 곧 부처의 지견(智見)이며,

모든 법화의 묘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일승법은

그 뜻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무수한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이야기로

법을 연설하지만,

이 법은 생각이나 분별로는 능히 이해할 수 없으니,

오직 부처님들만이 아시느니라.

왜냐하면 부처님 세존들께서는

다만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으로

이 세상에 출현하시기 때문이니라.」라고 했습니다.

*일대사(一大事)란 실상(實相) 묘리(妙理)를 나타내는 사업으로

불(佛)의 지견을 개시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묘법연화경(法華經)》 방편품(方便品)에 나온 것을 요약하면.

① 개(開)는 즉 개제(開除)로서 중생이 미망(迷妄)을 깨뜨리고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을 보게 되는 것이요.

② 시(示)는 즉 현시(顯示)로서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지혜가 생겨 우주의 만덕(萬德)이 밝히 드러나 보이는 것이요,

③ 오(悟)는 즉 각오로서 우주의 본체[事理] 그대로가 현상이며,

현상 그대로가 본체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요.

④ 입(入)은 즉 증입(證入)으로서 진리인 그대로

부처님이 깨달은 실상(實相)의 이(理)를 개시(開示)하여

중생들이 증오(證悟)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불(諸佛)이 이 세상에 출현한 것은

실로 중생의 미망(迷妄)을 제(除)하고

제불과 동등한 정(正)지견(知見)을 깨닫도록 함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법화경》의 사구게(四句偈)가 주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