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 태기산에서
2023. 7. 6. 20:02ㆍ넋두리
요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해맑은 소녀의 미소같이
은가루 곱게 뿌려놓은 듯한 봉평 메밀밭
하늘에 흰 구름
한가로이 떠다니는데
무엇이 못마땅한지
장승은 분노한 얼굴로
먼 하늘만 쳐다본다.
인적도 드문 태기산 깊은 골에
얽히고설킨 등나무들
무심한 시간 속에
얼마나 힘겨워
온몸을 저래 뒤틀며 절규했을까?
흐르는 세월 속에
속은 곪아서 멍들고 찢기어
생채기투성이지만
그 긴 시간 동안
함께 보듬어주며 살아 온
해묵은 가지에 돋은 푸른 잎들
한세상 내 그렇게
살았노라고
하늘 향해 외쳐보지만
흰 구름은 말없이 흘러만 가고,
아랫녁 들판의 메밀꽃
소리 없이 웃음만 짓는다.
봉평 태기산에서
요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해맑은 소녀의 미소같이
은가루 곱게 뿌려놓은 듯한 봉평 메밀밭
하늘에 흰 구름
한가로이 떠다니는데
무엇이 못마땅한지
장승은 분노한 얼굴로
먼 하늘만 쳐다본다.
인적도 드문 태기산 깊은 골에
얽히고설킨 등나무들
무심한 시간 속에
얼마나 힘겨워
온몸을 저래 뒤틀며 절규했을까?
흐르는 세월 속에
속은 곪아서 멍들고 찢기어
생채기투성이지만
그 긴 시간 동안
함께 보듬어주며 살아 온
해묵은 가지에 돋은 푸른 잎들
한세상 내 그렇게
살았노라고
하늘 향해 외쳐보지만
흰 구름은 말없이 흘러만 가고,
아랫녁 들판의 메밀꽃
소리 없이 웃음만 짓는다.
@봉평 태기산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있다.
태기산 아래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넓은 메밀밭은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문학 단편 수작으로 손꼽히는
이효석(李孝石: 1907~1942) 선생의 메밀꽃 필 무렵의
작품 소재가 되었던 곳으로 선생의 호는 가산정(可山亭)이며,
필명은 아세아(亞細兒), 문성(文星) 등을 사용했다.
35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선생을 기리는 이효석문학관이
이곳에 건립되어 있으며
현재 평창의 유명 관광명소가 되어 있다.
위 사진은 봉평 태기산과 메밀밭은 2008년 8월의 풍경을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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