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 살다보니
2023. 6. 4. 16:27ㆍ넋두리
한세상 살다보니
사람 마음
참 묘하게 바뀝디다.
어느 때는 상큼한 오렌지처럼,
해맑은 청포도 알처럼,
그렇게 맑고 순수한 것들이 부러웠습니다.
어느 때는 데커레이션 잘 된
생일 케이크처럼 화려하면서도
달콤한 크림 속에 묻어나는
남극의 과일향 풍기는 그런 것들이 부러웠습니다.
때로는 잔잔한 호수를 내려다 바라보면서
은은히 흐르는 실내악을 들으며
빨간 포도주를 들면서 분위기 있는
디너파티처럼 격조 높은 그런 삶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살다보니 마음이 묘하게 달라집디다.
투박한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처럼
촌스럽지만 꾸밈없는 그런 삶이 더 좋아 집디다.
살짝 타다만 누룽지처럼 자랑할 것 없지만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나는 그런 삶이 좋아집디다.
살다보니 사람 마음 참 묘하게 바뀝디다.
몸은 포말(泡沫)같고 마음은 바람과 같다는
가섭불(迦葉佛)의 말처럼
믿을 수 없는 것이 우리네 마음인가 봅니다.
(사진: 광저우 진가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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