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호명호수

2023. 3. 25. 17:10국내 명산과 사찰

 

가평 호명호수를 다녀온 지도 어언 20여 년은 된 듯하다.

옛적 기억으로는 호수 아래 어느 사찰을 순례하다가

호수가 있다는 푯말을 보고 호수 둘레길을 둘러보았는데

세월이 흘러서인지 사찰 이름도 기억이 없다.

내비게이터로 <호명호수 주차장>을 찍고 갔더니

완전히 달라져 이방인이 된 듯 느낌이 든다.

한적했던 옛길이 들머리부터 낚시터, 카페 등이 늘어서 있다.

주차장에 주차하고 안내소를 찾아갔더니

셔틀버스는 50분 간격으로 움직이고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걸으면 한 시간 넘게 걸린다고 한다.

관광객이 없는지 주차장은 넓은 데

주차된 차량은 몇 대 보이지 않는다.

옛 기억으로는 호명호수는 호수로서 볼만한 꺼리가 없었다.

호명호수는 청평 양수발전소의 물을 대기 위한

단지 저수지 역할을 목적으로 조성한 것이기 때문에

처음 조성할 때부터 관광을 위한 목적과는 거리가 먼

인공호수이기 때문이다. 호수라기보다는 저수지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안내소의 직원이

주차장에서 아래로 조금 내려가서

상천마트가 있는 곳에서 기와집을 보고

그 길을 따라 산행하는 쪽이 낫다고 귀뜸해 준다.

 

주차장에서 유턴하여 5분 정도 내려오니

길옆에 상천마트가 있고

그 너머 기와집 지붕이 보인다.

주차할 곳을 찾아 도로를 따라

그곳으로 올라갔더니 아래에서 보던 기와집이

<상천루>라는 누각이었다.

호명호수를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만든 모양이다.

상천루에는 몇 동의 건축물이 있고

그 뒤편 호명호수를 올라가는 길목은

상천리 농촌 테마파크를 만들 모양인지 터를 닦아 놓았다.

 

 

 

 

 

 

 

상천루를 지나 호명호수를 향해 산행을 나서니

잣나무숲이 나온다.

가평 일대는 <잣>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지

올곧게 뻗은 잣나무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잣나무 숲 한쪽은 유료 캠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직은 시작인지 캠핑을 위한

별도 인프라는 조성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잣나무숲을 지나 이제 본격적으로 호명호수 산행길을 오른다.

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지만 너들길이다.

산은 아직 겨울옷을 벗지 못하고 삭막한 느낌이다.

호명호수로 가는 이 길에는

내가 볼만한 바위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지루한 느낌이 드는 산행이다.

 

한 두 시간 지루한 길을 걷다 보니 호수에 다다랐다.

호랑이 등 몇 개의 조형물이 보이지만 눈에 띄는 것은 없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에

호수 주변을 한 바퀴 걸어본다.

가두어 둔 물인데도 호수물은 푸르고 맑다.

호수를 감싸고 있는 산들과 어울려 제법 그럴듯하게 보인다.

 

 

 

 

 

호명호수는 백두산 천지와 같은 산정호수 형태다.

다른 점은 천지는 화산분출로 생겨난 자연 호수지만

호명호수는 저수지 형태로 인공적으로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호수에는

물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산등성이에 팔각건물이 보이다.

천상루라는 건물인데 입구는 닫혀 있다.

 

 

 

 

 

호수 위에는 조형물로 백조 두 마리와

거북이 한 마리를 호수에 조성해 놓았다.

 

 

 

 

 

 

 

 

한전직원 위령탑

 

 

 

 

 

 

 

호수 주변은 보호철망을 둘러놓았고

그기다 가시가 있는 장미나무를 심어 놓았다.

아직은 장미가 필 철이 아닌데다

잎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가지에 가시만 눈에 밟힌다.

아마도 호수 보호를 위한 조치로 한 것으로 보이는데

관광호수로서의 뷰는 아니다.

맞은 편 산등선에는 팔각형 건물 천상원이 들어온다.

 

 

호명갤러리로 발길을 옮겨 본다.

멀리서 보니 개나리가 핀 듯 노란색이었는데

빛바랜 숲이 햇빛을 받아 노란색으로 보인 것이다.

안내판을 보니 카페 겸 전망대다.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자리로는 일품이다.

 

 

 까페에서 바라 본 호명호수 전경

 

 

 

 

 

 

 

 

갤러리에 전시된 조각품들

 

 

카페를 들리고 일행과 차를 마시고 잠시 밖으로 나오니

카페 주인이 나와서 사진 찍으려면 많이 찍어두라고 한다.

왜 그렸냐고 했더니 두 달 후면 카페 문을 닫는다고 한다.

기둥만 달랑 세워놓은 이곳에 건물을 짓고 영업했는데

군청에서 비우라고 해서

카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한탄을 토해낸다.

허가 내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영업을 접으라고 하니

어찌 마음이 평안하겠는가.

관(官)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민초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을 그들이 알까?

삭막한 겨울 숲처럼 설렁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계곡에 걸친 다리가 왠지 허전한 기분이 든다.

 

 하산길이다.

상천루로 돌아와 오늘 하루 호명호수 나들이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