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날의 소묘(小錨) 남양주 봉선사에서

2021. 4. 17. 21:30국내 명산과 사찰

 

코로나에 지친 우울한 하루하루가 언제 쨍한 날을 맞이할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갑갑하기만 하다.

휴일이 되어도 딱히 어디로 갈 곳도 없지만 갈 수도 없다.

빈둥대며 이런저런 생각 끝에 집에서 멀지 않은 재작년 들렸던

남양주 봉선사가 생각이 나 짧은 나들이 겸 찾아갔다.

벚꽃도 이제 지고 봄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절이라 봄꽃놀이는 아니지만

가볍게 소요(逍遙)하는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아직은 연꽃이 필 시기는 아니지만, 우수경첩이 한참 지났으니

행여 연잎 위에 개구리라도 만나 볼 수 있다면

가는 이 봄의 마지막 석별의 정이라도 나눌 수 있으려만......

 

남양주 봉선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5교구 본산으로

조선 시대 왕실의 원당의 하나이기도 하며, 5대 승풍 규정소의 하나였다.

봉선사 창건역사를 보면 969년(광종 20)에

법인국사(法印國師) 탄문(坦文)이 창건하였으며

창건 시는 운악사(雲岳寺)라고 하였다.

그 뒤 조선 세종 때에 이전의 7종을 선교양종(禪敎兩宗)으로 통합할 때

이 절을 혁파하였다가, 1469년(예종 1)에

세조의 비 정희왕후(貞熹王后) 윤씨(尹氏)가 세조를 추모하여

세조의 능을 운악산으로 이장하여 <광능>이라 하고

능침을 보호하기 위해 89칸의 규모로 중창한 뒤

<선왕을 받든다>라는 의미로 봉선사(奉先寺)라 불렸다고 한다.

 

봉선사에 대해서는 이미 본방 <교종 본찰 남양주 봉선사>에서

포스팅한 바 있기도 해서

생략하고 그저 가는 봄의 소묘(小錨)하는 기분으로

사각의 뷰파인더로 눈팔매 짓만 하였다.

 

 

옛전에 못 보던 석조물이 많이 조성되어 있다.

 

약사여래

 

 

철이 아닌지 코로나로 격리조치 되었은지는 몰라도 연꽃은 커녕 연잎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늦은 벗꽃이 반겨주어 다행이 눈을 즐겹게 해 준다.

 

앙증맞은 호랑이 조각상이 반겨준다

 

개나리도 피여있고...

 

봄볕을 즐기려 뭍으로 올라온 거북이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져 왔는 거북은

기린, 봉황, 용과 더불어 '4령(靈)'이라 불린다.

옛 기록에 의하면 1,000살 먹은 거북은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고 털이 난다고 한다.

5,000살 먹은 거북을 '신귀'라 하고,

1만 살 먹은 거북을 '영귀'라고 한다.

또한 전설에 의하면 1,000살 먹은 거북의 껍질을 빻아서 불태운 뒤

사람이 먹으면 1,000년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옛날 중국의 하(夏)나라의 우(禹)임금이 치수를 할 때

낙수(洛水)에서 나온 거북의 등에 마흔다섯 점의 글씨가 있었다고 하며,

이것이 ‘낙서(洛書)’라고 하는 바 ‘하도(河圖)’와 함께

『주역』의 근본이 되었고, 또한 중국의 초기문자인 갑골문(甲骨文)도

거북의 등에 기록된 것이며, 점을 칠 때 쓰였던 복사(卜辭)였다.

오늘날에도 ‘거북점’이라는 것이 있어 귀갑을 불에 태워서

그 갈라지는 금을 보고 길흉을 판단한다.

이처럼 거북은 신령스러운 동물로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양 일대에서 신성시하던 동물이었다.

 

이렇게 중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일대에서

신령스러운 동물로 여겨졌던 거북이는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나오는〈구지가(龜旨歌)〉라는 노래에서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을 드러내게 하는 동물로 나오며,

또한 〈삼국유사〉 수로부인조의 〈해가사(海歌詞)〉 내용에도

바다로 납치된 수로부인을 나오도록 하는 동물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거북에 관련된 전설이나 설화가 매우 많은데

이런 점에서 거북은 고대 우리 민족에서 수신이나 주술매체 동물로 인식되기도 했다.

불교 경전에서도 맹구우목(盲龜遇木)으로 알려진

<잡아함경> 권15권 제406경 맹구경(盲龜經)를 비롯하여

<불본행집경> 제31권 34.

석여마경품(昔與魔競品: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등

거북이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속담에 큰 세력을 믿고 버틸 때

‘산 진 거북이며 돌 진 가재’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거북은 해귀도(海龜圖), 신귀도(神龜圖), 서귀공작도(瑞龜孔雀圖),

서귀도(瑞龜圖), 쌍귀도(雙龜圖), 현무도(玄武圖),

십장생도 등의 민화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하는 영물로 여겨지고 있다.

 

 

 

 

 

@범종루

봉선사는 세조의 능침인 광릉(光陵)의 원찰로

그의 비인 정희왕후 윤씨와 아들 예종에 의해 1469년에 창건되었으며,

같은 해 7월에 주조된 것이 이 동종이다.

왕실 발원으로 제작된 대형 범종으로 조선 초기를 대표하는 유물이며

보물 제397호로 지정되어 있다.

 

봉선사의 심불로 여기는 세조의 비 정희왕후가 심었다는 500년 된 이 느티나무

 

 

 

 

 

 

 

옛전에 없던 사면불이 보인다. 석가모니, 약사, 비로자나, 관음불이 조각되어 있다.

 

 

 

부처 따로 중생 따로....

 

 

 

 

 

 

 

보긴 보는데 뭘 보는지...

 

 

 

 

 

 

때만난 올챙이들...

 

저 놈들이 한 여름밤을 울어 달굴 때 코로나가 물러나갈까?

거북등의 털찾는 소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