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탱화와 예적금강
2021. 1. 16. 22:50ㆍ불교미술
사찰의 전각을 보면 두 지붕 사이, 즉 합곡된 부분에 그려진
원형 안에 3개의 점이 놓인 그림을 흔히 볼 수 있다.
둥근 원 안에 그려진 이 삼점을 「원이삼점(圓伊三點)』이라고 하며,
또 이자삼점(伊字三點)이라고도 하는데 이에 대한 여러 해설이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원이삼점(圓伊三點)의 이 문양을
삼보륜(三寶輪)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3점이 선정(禪定)과 법륜(法輪)을 상징하는
일원상 안에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와
계정혜(戒定慧) 삼학을 상징하는 심불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이 삼점은 신중탱화에서 예적금강의 3개의 눈으로 등장한다.
신중탱화는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들과
우리나라의 신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재래 토속신앙의 불교적 전개를 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중탱화는 화엄신중신앙(華嚴神衆信仰)에 바탕을 둔 것으로
39위(位) 신중탱화가 그 원형을 이룬다.
그러나 조선 시대에 차츰 불교가 민간 신앙과 강하게 결합하면서
보다 많은 신을 수용하여 104위(位) 신중탱화를 이루게 된다.
이것은 다시 개개의 신들이 지니는
본래의 신앙적 기능이 강조됨에 따라서 다시 분화된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신중탱화는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대예적금강신(大穢跡金剛神)을 주축으로 한 탱화이다.
전체 화폭의 3분의 1을 이 금강신이 차지하고 좌측에 제석천(帝釋天),
우측에 대범천(大梵天), 아래에 동진보살(童眞菩薩)을 도설(圖說)하였다.
주위에는 성군(星君)·명왕(明王)·천녀(天女) 등을 묘사한다.
예적금강(穢跡金剛)은 오추사마(烏樞沙摩)로도 불린다.
일체의 악을 제거하는 위력을 가진 명왕(明王)으로,
온몸에서 지혜의 불길을 뿜으므로 화두금강(火頭金剛)이라고도 한다.
청제재금강(靑除災金剛)·벽독금강(碧毒金剛)·황수구금강(黃隨求金剛)·
백정수금강(白淨水金剛)·적성화금강(赤聲火金剛)·
정제재금강(定除災金剛)·자현신금강(紫賢神金剛)·대신력금강(大神力金剛) 등
8금강을 거느리고 불법을 호위하며 중생을 교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형상은 2비상(二臂像: 저(杵)·봉(棒)〕,
4비상〔四臂像: 금강저(金剛杵)·적삭(赤索)·수주(數珠)·검(劍)),
6비상(六臂像: 봉(棒)·삼고저(三枯杵)·삭(索)·시원인(施願印)·륜(輪)·염주(念珠)),
8비상(八臂像: 금강저·견삭(羂索)·보장(寶杖)·반야경(般若經)·검·골잉(骨孕)·화살·활)
등이 있는데, 몸에서는 화염이 타오르며 이빨을 드러낸 분노형으로 묘사된다.
여래의 화현이며 일체의 더러움과 악을 제거하는 위력을 가진 명왕(明王)인
예적금강은 신중탱에서 묘사된 모습은 19세기 초에는
붉은 머리카락을 곤두세운 험상궂은 얼굴에
손에는 금강저를 들거나 공수인(拱手印)을 하고 있다.
19세기 후반에 그려진 예적금강은 얼굴 3개에 눈도 3개이며
이를 드러내며 분노한 표정을 짓고 있다.
8개의 팔을 갖고 있으며 손은 합장하거나
금강령, 뱀, 부적, 칼, 밧줄, 창 등의 지물을 들고 있다.
또한, 온몸을 불에 휩싸이게 그려
보다 극적으로 분노존(忿怒尊)을 표현하기도 한다.
#예적금강은 힌두교에서는 마혜수라(摩醯首羅)라는 신으로
비슈누, 브라흐마와 함께 3 대신으로 불리며,
파괴의 신으로서 우주의 파괴라고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파괴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하며, 그 자체로
우주의 최고신이나 최고의 원리라고도 일컬어진다.
루드라, 대자재천, 자재천, 대암흑천, 마하칼라,
나타라자(춤의 왕), 날라칸타(푸른목의 신), 하라(파괴하는 자),
삼카라(은혜로운), 마하데바(위대한 신)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천둥을 뜻하는 신이다.
마혜수라는 불교에서는 대자재천, 대흑천(마하칼라) 등으로 주로 등장하며,
불교에서 말하는 삼계중 하나인 색계, 그중에서도
색계 천에서도 가장 높은 위계이자 하늘인
색구경천(사천 구천의 아홉 번째의 하늘로,
색구경천의 색은 형체를 구경을 마침을 의미한다.)을 관장하는 신이다.
불교에서 대자재천에 대한 설화는 <진실섭경(真實攝經)>
(다른 이름은 <일체여래진실섭대승현증삼매대교왕경
(一切如來真實攝大乘現證三昧大教王經)>)에 등장하는데,
여기서 마혜수라는 시체를 먹고 화장터에 기거하는 신으로 나타나며
금강역사와 비로자나불에게 대항하다
아내와 같이 금강역사에게 짓밟혀 죽었다가
비로자나불에 의해 여래로 다시 태어난다.
이 대자재천 신앙은 불교와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래로
토속신앙과도 결합하여 과거 속리산에
대자재천왕사(大自在天王祠)라는 사당이 존재했던 적도 있으며,
속리산과 법주사에서는 대자재천왕제(大自在天王祭, 혹은 송이놀이)라 하여
절에서 붉은 칠을 한 커다란 나무 남근 조각을 만들어
속리산 여산신에게 바치고 대자재천을 45일간 맞이하여
재앙을 물리치는 의식이 있었으나 일본강점기 때에
'너무 음란한 제사다!'라 하여 중단되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지금도 곤세이사마(金精様)라 해서
굵기가 통나무만 한 남근을 신사에 봉납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는 제석천과 대범천·동진보살을 중심으로 한 탱화이다.
이 탱화는 3위의 중심 신중을 중심으로 그 권속의 수에는 변화를 보인다.
이 탱화의 특징은 좌측은 천상(天像)을 중심으로 한 이중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제석과 대범천을 중심으로 한 천신을 위쪽에,
동진보살을 중심으로 한 금강신장을 아래쪽에 배열하는 경우도 있다.
셋째는 제석천·대범천을 중심으로 한 탱화이다.
달리 제석탱화라고도 하는 이 불화는 모든 신중을 제석의 주위에 배치한다.
여기에서는 무장하지 않은 보살이나 왕의 모습으로만 표현되는 것과
무장을 한 신장까지 포함되는 예도 있다.
넷째는 동진보살을 중심으로 한 탱화이다.
이 탱화는 동진보살을 중심으로 좌우 상하에 팔부신장(八部神將)과
십이지신장(十二支神將) 등 신장만을 묘사하게 되므로 신장탱화(神將幀畫)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중탱에 흔히 등장하는 수호신장이지만
따로 전각을 지어 숭배하는 사찰은 없지만,
중국에서 위대한 수호천신으로 숭배되어 받들어 지고 있다.
위태천은 중국에서 남송대(南宋代) 이후 사경을 수호하는 천신으로 나오고,
원, 명대(元明代)에는 천왕전에 반드시 모셔졌다.
형상은 새 깃털 장식이 있는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고 있으며,
합장한 팔 위에 보봉(寶奉)이나 칼 혹은 금강저를 가로질러 놓는 모습으로
중국에 들어와서 한화(漢化)된 형상이다.
@동진보안대보살로 알려진 위태천신은
신중(神衆) 가운데 불법을 수호하는 대표적인 신장(神將)으로
유리광불이 출현하셨을 때 도를 이루어 보안보살이라 하였으며
그 후 석가여래회상에서 도를 이루어 동진보살이라 불렀다.
팔만 사천 근이나 되는 금강보저를 손에 들고
불불(佛佛)이 출세토록 불법을 보호하겠다고 서원하셨고,
우리나라 사찰의 신중탱화에서도
예적금강인 명왕과 함께 중요인물로 등장하신다.
지금은 신앙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지만,
현재 신중탱화의 전신인 삼장탱화(三藏幀畫)도 우리나라 특유의 신중탱화이다.
이 탱화는 신중탱화가 상단·중단·하단의 삼단 구조에 의하여
도설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천상(天上)·지상(地上)·명계중(冥界衆),
즉 천장(天藏)·지지(持地)·지장(地藏)의 삼장 구조에 의하여 도설되어 있음이 다르다.
'불교미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경 김용사 괘불도 (0) | 2023.06.22 |
---|---|
조선 목각 예술의 백미(白眉), 목조아미타여래설법상(종합) (0) | 2019.08.20 |
천수천안관세음보살(千手千眼觀世音菩薩) (0) | 2019.08.19 |
[스크랩] 관세음보살 (0) | 2009.09.04 |
[스크랩] 관세음보살 그림과 설명 (0) | 2006.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