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6. 22:05ㆍ경전과교리해설
아귀보응경(餓鬼報應經)
삶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죽음이라고 하지만, 사실 살아가면서는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이 고통스러운 병이다.
죽음은 한순간에 끝날 수 있지만, 병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살면서 받는 가볍고, 무거운 수많은 병은 어디서 왔는가?
부처님은 모두 병은 숙세(宿世)의 업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설하고 있다.
금세의 지은 업으로 금세에 받는 것도 있지만 과거세의 지은 업으로 현재에 받는다고 한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모호하고 불합리하여 수긍하기 어렵지만,
현대의학으로도 그 발병 원인을 풀지 못하는 것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살면서 받는 고통, 태어나면서 받는 고통, 이런 병들을 헤아려본다면
현대의학이 내놓은 해결책이란 넓은 백사장에서 모래 한 줌에도 지나지 않는다.
아귀보응경(餓鬼報應經)은 악귀로 태어나 고통을 받는 그 숙업(宿業)의 원인을 밝혀 주는 경이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모호하고, 어리석게도 여겨질 수가 있겠지만
금세의 건강한 삶을 누리고, 그리고 내세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이 경의 내용을 참조하여 수행하는데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문을 소개한다.
『아귀보응경(餓鬼報應經)』 전문 제1부
실역인명(失譯人名 )/김성구 번역
존자(尊者) 대목건련(大目犍連)은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부터
부처님을 따라 항하(恒河) 물가에 이르니,
갖가지 아귀가 심히 많은데, 받는 죄가 각기 다른 것을 보았다.
그들은 존자 목건련을 보고, 모두가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와서 인연에 대해 물었다.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항상 머리가 아파 고통스러우니, 무슨 죄로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네가 본래 사람이었을 때 참지 못하고 중생의 머리를 때렸기 때문에
지금 화보(花報)*1)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1) 원인이 되는 행업(行業)에 대하여 받을 결과인 과보보다 먼저 받는 보(報).
이것은 식물이 열매를 맺기 전에 꽃이 피는 것과 같으므로 이렇게 말한다.
선한 업인으로 말미암아 내세에 선도(善道)에 날 사람이,
이 세상에서 먼저 부귀ㆍ장수 등의 보를 받는 것이나,
악한 업인으로 말미암아 내세에 악도(惡道)에 떨어질 사람이
이 세상에서 병들고 형벌 받는 등의 보를 받는 따위를 말한다.
또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항상 종기를 앓는데 무슨 죄 때문입니까?”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네가 사람이었을 때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 산이나 들에 불을 질러
중생을 죽였기 때문에 이제 화보를 받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온몸에 난 종기가 터져서 견딜 수 없으니, 무슨 까닭이옵니까?”
“너는 사람으로 있을 때 즐겨 돼지나 염소를 구웠으니
이제 꽃피는 갚음을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항상 밥이 부족하여 한 번도 배부르지 못하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너는 사람이 되었을 때 사람에게 밥을 먹이면서 항상 부족하게 하였기 때문에
이제 화보를 받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항상 머리가 아파서 치료하여도 낫지 않으니, 무슨 죄 때문입니까?”
“너는 사람이었을 때 도덕(道德)이 있는 이를 공경치 않았을뿐더러 욕설을 하였으므로
지금에 화보를 받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아들․딸을 낳으면 모두가 멀쩡한데 다들 일찍 죽으니,
생각이 끊이지 않습니다.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너는 사람이었을 때 아이들이 살생하는 것을 보면 도와주고 살을 먹었으니,
죽인 까닭에 목숨이 짧고, 기뻐한 까닭에 고통스러운 것이니라.
이제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한 남편을 섬기는데 그는 많은 첩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응당 내가 잠자리를 모실 차례이건만 번번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네가 사림이었을 때 남편을 공경치 않고 간사하고 음란하여 예의가 없었던 까닭이니라.
이제 화보를 받았으니,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항상 머리가 아프고, 또 남근(男根)에 종기가 나서 터지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사람이었을 때 탑이나 절 같은 맑고 깨끗한 곳에서 음행(淫行)을 한 까닭이니,
이제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몸을 받으면 추하고 껄끄럽고 더러우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너는 사람이었을 때 덕 있는 이를 높이지 않고, 착한 사람을 해롭게 하였으며,
사문(沙門)에게 모래와 흙을 던진 까닭이니,
이제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한 섬[斛]의 밥을 더 먹건만 항상 부족하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네가 사람이었을 때에 비구(比丘)로 있었는데 스님네를 위하여 물건을 구해다가 혼자서 먹은 까닭이니,
이제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몸을 받으면 다리에는 종기가 나고, 목에는 혹[瘻]이 납니다.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너는 사람이었을 때 사람이나 축생들을 부리면서 무거운 것을 무리하게 지도록 했느니라. 2>
지금 화보를 받았으니,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은 이래 항상 발열과 갈증으로 근심합니다.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너는 사람이었을 때 천렵[漁獵]을 즐기었으니,
잡은 고기를 모래 위에 던져서 그들을 고통스럽게 죽였느니라.
지금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은 이래, 어지럽고 어리석어 지혜가 없습니다.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너는 사람이었을 때 사람들에게 술을 보시(布施)했기 때문이니,
이제 화보를 받았고,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제가 낳은 자식이 모두 저를 도로 잡아먹으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네가 사람이었을 때 효성(孝誠)으로 봉양하지 않은 까닭이니,
이제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먹은 것을 항상 토하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네가 사람이었을 때 어떤 이가 때가 지난 뒤에 밥을 찾으면
너는 성을 내거나 꾸짖으면서 주었느니라.
이제 꽃 피는 과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한 평생 재물은 부족하지 않건만 언제나 떨어진 옷을 입게 되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너는 사람이었을 때에 비록 보시하기를 좋아했지만 보시한 뒤에 곧 뉘우친 때문이니,
이제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른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은 이래 항상 골목 구석에서 살게 되어 자는 것도 일정치 못하오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네가 사람이었을 때 손님[客]이 와서 묵으면 불편하게 하고,
그가 잠시 머무르는 것을 보아도 성을 낸 까닭이니,
이제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았으나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너는 사람이었을 때에 자비한 마음이 없이 즐겨 6축(畜)*2)의 불알을 깐 까닭이니,
이제 화보를 받았으니,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2) 종의 가축. 소ㆍ말ㆍ염소ㆍ개ㆍ돼지ㆍ닭을 말한다.
또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았으나 다리를 절어 걸어 다니지 못합니다.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너는 사람이었을 때에 즐겨 무도(無道)한 짓을 하고, 사람과 짐승을 결박한 까닭이니,
이제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의 이 몸은 뜨거움과 목마름에 시달리는데,
다니다가 항하(恒河)의 물이 맑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그 안에 뛰어들어 목욕함으로써
시원함을 얻고 더위를 없애리라 하고, 바야흐로 뛰어들면 온몸이 데이고 헤어지며,
목이 말라서 한 모금을 목구멍에 넣으면 오장이 타고 벗어지며 가죽과 뼈가 흩어지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너는 사람이었을 때 관상쟁이가 되기를 좋아하여 남의 좋고 나쁨을 점치되
참다움은 적고 허망함만 많으며, 나무라거나 칭찬하며 스스로가 덕이 있다고 추켜세우고,
사람들의 마음을 요동시킴으로써 이익을 얻으려 하였으며,
또 부모형제 종친에게 거짓되게 하여 성실하지 못했던 때문이니라.
이제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가서 억 배의 고통을 받으리니, 말로써 다할 수 없느니라.”
또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은 이래 항상 나쁜 개를 만나는데,
몸이 크고 이빨이 날카로우며, 두 눈이 붉은 것이 밤낮으로 달려들어 제 몸을 뜯어먹습니다.
제가 곧 죽으려고 하면 살점이 다시 돋아나고, 그러면 다시 이 고통을 받곤 합니다.
아파서 견딜 수가 없으니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네가 사람이었을 때 하늘 사당[天祠]의 주인이었는데
소와 염소의 피를 받아서 하늘에 제사 지내고 스스로 그 고기를 먹으면서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도 하늘에 제사하면 큰 이로움을 얻으리라’ 하여
모든 사악(邪惡)한 짓을 하여 백성을 속인 까닭에
이제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로 지옥으로 갈 것이니라.”
다시 한 아귀가 물었다.
“저는 이 몸을 받은 이래 항상 더러운 가운데 있게 되고, 온몸이 더러운 것으로 발라지며,
먹는 것도 모두 더러운 것입니다. 항상 이러한 고통을 받아 벗어날 수가 없는 데다,
냄새와 번뇌가 몸에 얽히고 근심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무슨 죄 때문이옵니까?”
“너는 사람이었을 때에 바라문(婆羅門)이 되었었는데,
불법(佛法)을 믿지 않고 사문과 도인에게 공양하기를 싫어하여
구걸하러 오는 이가 있으면 항상 보지 않으려 하였느니라.
그때 한 도인이 와서 너에게 구걸하는데 너는 생각하기를
‘어떻게 하여야 다시 오지 못하게 할까’ 하고,
곧 발우를 받아다가 밑에는 똥을 바르고 위에는 밥을 덮어서 도인에게 도로 주었느니라.
도인이 받아 가지고, 원래 자기가 있던 곳으로 돌아와서 한 쪽에 놓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에 발우를 들고 한 손으로 밥을 먹으려는데
발우 안의 더러운 것이 냄새를 풍기어 가까이할 수 없었느니라.
이 까닭에 이러한 냄새의 번뇌를 받는 것이니,
이제는 화보를 받았거니와 과보는 지옥을 가서
항상 뜨거운 무쇠 탄환을 삼켜 몸이 데이고 무너질 것이니, 괴로움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니라.”
~2부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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