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5. 23:32ㆍ경전과교리해설
(고승전) 섭마등(攝摩騰)과 백마사
섭마등은 본래 중천축(中天竺)*1)국 사람이다.
풍채 있는 거동이 훌륭하고 대승(大乘)과 소승(小乘)의 경(經)을 잘 알았다.
항상 돌아다니면서 교화하는 일을 맡았다.
언제인가 천축국의 지배를 받는 작은 나라에 가서 『금광명경(金光明經)』*2)을 강의한 적이 있다.
때마침 적국이 국경을 침범하였다. 섭마등이 말하였다.
“경에서 이르기를, ‘이 경을 강설하면,
지신(地神)의 보살핌에 힘입어 머무는 곳이 안락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막 싸움이 벌어지려 하니 이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에 몸을 돌보지 않으리라 서원하고 몸소 가서 화친할 것을 권했다.
마침내 두 나라가 서로 즐거워하고, 섭마등도 이로 말미암아 지위가 높이 올라갔다.
*1) 인도를 가리키는 말. 인더스 평원과 강물을 보고 경탄하는 소리를
한 신두(Sindhu, 물·큰 바다라는 뜻)라는 말이 이 강과 이 지방의 이름이 되고,
이것을 중국에서 신두(辛頭) 또는 천두(天頭) 등으로 음역하였다.
이것이 차차 변하여 한나라 때부터 천축(天竺)이란 이름을 사용하였다.
*2) 부처님께서 기사굴산에서 신상보살을 위하여 부처님의 수명이 한량없음을,
견뢰지신(堅牢地神)을 위하여 찬탄하는 게송을,
그 밖에 사천왕·대변천신(大辯天神)·공덕천(功德天) 등을 위하여
이 경이 미묘하여 여러 경의 왕인 까닭을 말하고 있다.
옛적부터 나라를 수호하는 미묘한 경전으로 존숭 되었다.
(화산)
한(漢)나라 영평(永平) 연간(58~75) 어느 날 밤에
명제(明帝)가 금빛 나는 사람[金人]이 공중에서 날아오는 꿈을 꾸었다.
이에 여러 신하를 불러서 꿈꾼 바를 풀이하였다. 통인(通人)*3) 부의(傅毅)가 대답하였다.
“제가 듣기에 서역에는 부처[佛]라는 신(神)이 있다고 합니다.
폐하께서 꿈꾸신 바는 아마도 필시 이것이었을 것입니다.”
황제가 그렇게 여기고 곧 낭중(郞中) 채음(蔡愔)과 박사 제자(博士弟子) 진경(秦景) 등을 보내
천축국으로 가서 불법(佛法)을 찾도록 하였다.
채음 등은 그곳에서 섭마등을 만나보고 한(漢)나라로 갈 것을 요청하였다.
섭마등은 불법을 널리 펼 것을 굳게 마음먹은 터라,
피로함과 괴로움을 꺼리지 않고 고비사막 건너기를 무릅써서 낙양에 이르렀다.
명제는 후한 상을 내리고 접대를 잘해 성의 서쪽 문밖에 정사(精舍)를 세워 거처하게 하였다.
이것이 중국 땅에 사문(沙門)이 있게 된 시초였다.
그러나 불법이 처음 전해질 때라 아직 믿어 귀의하는 이들이 없었다.
그래서 깊은 깨달음을 쌓아 두기만 하고 가르침을 베풀어 펼칠 곳이 없었다.
그 후 얼마 있다가 낙양에서 돌아가셨다.
기(記)에서 말한다.
“섭마등이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한 권을 번역하여
처음에는 난대(蘭臺) 석실(石室) 열네 번째 칸 안에 봉하여 두었다.
섭마등이 머무른 곳은 오늘날 낙양성 서쪽 옹문(雍門) 밖에 있는 백마사(白馬寺)이다.”
전하는 말에 이른다.
“일찍이 외국의 국왕이 여러 절을 훼손하고 무너뜨릴 적에 초제사(招提寺)*4)만이 미처 훼손되지 않았다.
어느 날 밤에 흰 말 한 마리가 탑을 돌며 슬피 울부짖었다.
즉시 이 사실을 왕에게 아뢰니, 왕이 곧바로 여러 절을 무너뜨리는 일을 멈추었다.
이 일로 인하여 ‘초제’라는 절 이름을 고쳐 ‘백마’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여러 절이 이름을 지을 때 대부분 그것을 본보기로 취한다.”
(화산 운대봉)
*3) 학식(學識)이 깊고 넓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4) 범어로는 Caturdesa라고 한다. 여러 곳에서 모여 오는 스님들이 쉬어가도록 마련한 절이다.
초(招)는 원래 척(拓)이던 것이 쓰는 이의 잘못으로 언제인지 모르게 초(招)로 되었다.
『대당서역구법고승전』 상권에 의하면
인도와 서역에 초제(招提)가 있고, 중국에서는 낙양의 백마사가 초제사였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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