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 제118구) 음행 살생과 무상대도

2020. 1. 12. 14:26증도가

(증도가 제118) 음행 살생과 무상대도

 

일숙각(一宿覺) 선사로 알려진 현각 영가(玄覺永嘉) 스님의 <증도가> 에 이런 귀()가 있다.

 

勇施犯重悟無生(용시범중오무생)

早是成佛于今在(조시성불우금재)

용시비구는 중죄를 짓고도 무생의 법을 깨달으니

이미 성불하여 지금에 있음이로다.

@사천성 황룡  

옛날 중향세계(重香世界)의 무구정광여래(無垢定光如來)라는 부처님이 계시던 때에

 용시(勇施)라는 비구가 있었다. 부처의 십대 제자 중에서 탁발 나갈 때는

우견편단(右肩偏袒) 하지 말고 양 억깨를 덮고 다니라고 훈계를 받을 정도로

 당시 최고 미남으로 불리는 아난보다도 더 잘 생겼던 모양이다.


@용문석굴의 아난

오늘날 널리 회자하는 은막의 스타로 비유한다면 알랭 드롱만큼 잘 생기고

율 브리너만큼 매력도 지니고 박력도 있었던 비구였던 모양이다.

그러니 당연히 뭇 여인네들에게 인기가 높았을 테고..

하여 어느 유부녀가 용시비구를 사모하여 끝내 상사병에 걸려 자리보존 하고 있는데,

보다 못한 그녀의 유모가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어찌 남편이 있는 여자가 남의 남자를 탐하느냐고설득하고 설득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에 빠지면 보이는 게 없다는 말 예외는 없는가 보다.


@계림 인상유저  

그러던 어느 날 용시비구가 탁발을 나오자

그녀의 어머니와 유모가 전후 사정을 얘기하고 용시비구의 도움을 애걸복걸 청했다.

중생구제가 부처님의 자비행이듯 이들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용시비구는

 어리석은 중생을 구제한다는 큰 뜻을 품고

그 집을 드나들면서 부처님 법으로 설법을 시작했다.

그랬더니 그녀의 병이 하루하루 쾌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운남성의 라마승들  

<out of sight out of mind> 라고 했던가.

시간이 잦으면 사랑을 낳고, 시간이 멀어지면 사랑이 망각 된다는 말인데

하루가 멀다고 두 젊은 남녀가 만나다 보니 부지불식간에 가까워지고

 마침내 불륜을 저지르고 말았다. 예나 지금이나 알다가도 모를 것이 남녀 사이라 했던가.

남녀 사이는 설령 불륜이라 해도 결혼해 버리면 덮혀지게 마련이지만

문제는 한쪽은 비구요, 한쪽은 유부녀란 것이다.

비구야 환속하면 재가자로서 가능하겠지만 유부녀는 다르다.


@항주 서호에서  

사실 처를 거느린 재가불자도 역사에 많이 나오지 않는가.

인도의 유마거사도 그랬고, 중국의 방거사도 그랬고,

묘화(妙花) 낭자와 아들딸은 낳은 우리나라의 부설거사도 있지 않은가.

그뿐만 아니라 신라의 원효대사는 조금 다르지만, 한때 같은 전철을 밟지 않았는가.

 요석(瑤石)공주는 남편인 김흠운(金歆運)이 전사하자 원효대사에게 재가(再嫁)한 것이니깐.


@계림 인상유저  

 

그런데 용시비구의 경우는 다르다. 여자가 유부녀였기 때문이다.

일처다부제(一妻多夫制) 사회라면 모를까 유부녀가 재혼하려면

이혼을 하거나 남편이 죽어야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거짓을 덮으려면 10가지 거짓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하나의 죄악을 덮으려면 또 다른 죄악을 짓게 마련이다.

유부녀와의 불륜을 은폐하기 위해서 쾌락에 빠진 용시는

그녀와 공모한 끝에 그녀의 남편을 살해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막상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보니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살인이라는 죄책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보타강사의 지국천왕

비구에게는 바라이죄라 하여 네 가지 중죄를 저지르면

비구의 자격이 상실되는 가정 무서운 형벌이 있다.

불살생(不殺生), 불망어(不妄語), 불음주(不飮酒), 불사음(不邪婬) 4가지가 바라이 죄인데

용시비구는 살생과 음욕이라는 가장 무거운 두 가지 죄를 지었으니

어찌 두려움과 죄책감이 들지 않았겠는가  


  

매일 매일 죄책감에 시달리다 견디다 못한 용시비구는 큰마음을 먹고

비국다라보살(䀝鞠多羅菩薩)을 찾아 일심으로 참회를 구했다.

비국다라보살은 네 너를 위해 그 두려움을 없애 주겠노라.’ 하고는

 법인삼매(法印三昧)에 들게 하고 한량없는 부처님을 나타내 보여 주었다.

그리하여 용시비구는

 모든 법은 거울에 비친 모양과 같고 물속에 비친 달과 같거늘,

범부는 어리석게도 마음에 매혹되어 어리석음과 성냄과 사랑함을 분별한다라는

 부처님의 법을 듣고 오랜 수행 끝에

비로소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쳐 보살이 되었으니 그가 바로 보월여래(寶月如來)라고 한다.

  


@보타강사의 관음불  

()이 길어 전()을 덮었지만, 음행(淫行)과 살생을 하고서도 깨달음을 얻어

여래가 될 수 있다는 이 이야기는 불법(佛法)은 광대무변하여

아무리 극악한 죄를 범하더라도 부처님 법을 바로 믿고 따르면 성불할 수 있다는

 무상대도(無上大道)를 말한 것이다.

음행(淫行)이나 살인과 같은 중죄를 저지르고도 참회 하는냥 절이나

 교회에 가서 거액을 헌금하고 보시한다고 해서

그 죄를 용서받고 극락 천국을 갈 수 있다는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니

불법(佛法)에서 말하는 무상대도(無上大道)의 참 의미를 깊이 마음으로 새겨야 할 것이다.

@보타낙가산의 보타강사 전경  

@이 이야기는 <佛說淨業經(불설정업경)>에 나온 이야기로

성철스님의 <신심명과 증도가>을 인용하여 필자 임의로 편집하였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