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움직이니 마음이 나무를 흔드는구나!

2020. 1. 11. 02:40선시 만행 한시 화두

바람이 움직이니 마음이 나무를 흔드는구나!

 

춘삼월 붉은 꽃도 바람따라 가버리고

간밤에 불던 바람 날이 새니 산넘어 가버렸다.

 

생각의 여울은 바다처럼 깊어

길 위에서 길을 묻는 나그네

무엇을 찾는고


(두륜산 대흥사에서)

風動心搖樹(풍동심요수) 바람이 움직이니 마음이 나무를 흔들고

雲生性起塵(운생성기진) 구름이 일어나니 본성에 티끌이 인다.

若明今日事(약명금일사) 만약 오늘의 일을 밝히려 든다면

昧却本來人(매각본래인) 본래 성품이 흐리멍덩하게 된다.



누가 묻거든

- 관혜(觀惠) 스님 -

 

얘야, 묻지말거라

인생을 알려면

세월에 물어보렴.

 

얘야, 묻지말거라

그걸 알려고

사계절을 살아봤는데

다시 오는 계절은

또 다른 대답을

가져다주는구나

(중랑천에서) 

해마다 같은 꽃이 피고

해마다 같은 바람이 불고

해마다 같은 비가 오는데

 

나이가 들수록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니

내가 정답을 말해줄 수가 없구나!


 

얘야, 묻지말거라

배운 게 있다면

알려줄 수 있겠고

들은 게 있다면

가르쳐 줄 수 있으나

인생만큼은

가르쳐 줄 게 없구나


(우두산에서) 

똑같은 사람이라면

내가 실패한 것을

말해 줄 수 있으나

사람은 저마다 달라서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니

 

얘야, 묻지말거라

그저 힘들면 해님에게 물어서

방긋이 웃는 법을 배우고


 

가슴이 아플 땐

살포시 내리는 빗물에 배우고

고통을 잊고 싶을 땐 휘익 지나가는

바람에 배워서 세상을 살아가렴.

 

혹시나 누가 묻거든.

온 세상이 선생님이니

자연에 배웠다고 전해주렴.


 

  

@관혜(觀惠) 스님은 통일신라 때 승려로 도선국사의 맥을 이은 화엄학의 선승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출생과 사망은 미상이다. 지리산 화엄사 해장전(海藏殿)에 기거하며 수행했다고 하며,

 태봉국을 세운 궁예,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 관혜스님의 상자들이라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