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벚꽃 나들이

2018. 4. 11. 22:18포토습작

오후의 벚꽃 나들이


일요일 아침, 황사예보에 하늘까지 재를 뿌린 듯 흐리다.

설상가상으로 오후에 비 소식까지 있다.

모처럼 대전 신원사 쪽으로 가려던 벚꽃 나들이는 물 건너갔다.

오전 내내 컴퓨터 앞에서 빈둥거리다 3시가 넘어서

꿩대신닭이라고 집 앞 산업대로 나갔다.

산업대는 지금은 서울과기대로 명칭을 바꾸었지만

내 귀는 여전히 산업대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었는지

서울과기대라는 이름이 어설프게 들린다.

운동장 쪽 벚꽃은 어느새 지고 있고 연못으로 가는 길에는

몇 그루 고목에서 그런대로 화사하게 벚꽃이 피어 있었다.

견물생심이던가.

꽃을 보니 나도 모르게 사진기에 손이 올라간다.

 뭐 특별한 것이 없을까 하고 이 가지 저가지 눈팔매 짓 하느라 시간이 지나가는 줄 몰랐다.

 한참 열을 내고 있는데, 어랍쇼, 하늘에서 돌아가라는 조짐의 경고가 내린다.

일기예보가 정확히 약속을 지키나 보다. 뿌리는 봄비가 심상치 않다.

괜시리 어깃장 데다가는 시원찮은 몸에 비까지 맞으면 안 되겠다 싶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금년 벚꽃 나들이도 마음만 분주했지 작년처럼 이래저래 넘어가나 보다.














벚꽃1

지난겨울

눈 속에

그렇게 꼼지작거리더니

이 봄에 눈이 되어

눈처럼 피였구나.










벚꽃2

한 해도 잊지 않고 해묵은 가지 속에서

힘들게 비집고 나와 한 철도 채 못 채우고

피였다 가는 벚꽃이여.

곱게 피었다 곱게 가는 너라지만

그래도 피었다 지는 꽃

미워도 고와도

웬지 서럽기는 마찬가지.








벚꽃3

흐드러진 눈꽃 송

구름처럼 피었구나.

 

올해도 잊지 않고

해묵은 가지에서.

 

삼천세계 두루 돌아

번뇌 망상 떨어버렸나.

 

백옥같은 가사 걸치고

그래도 가슴속엔 못다한 분홍빛 연정


























벚꽃4)

봄이 되면 언제나

너를 만나지만

소리 없피었다가

미련 없이 떠나가는 벚꽃이여.

 

오는 자취도 그리 곱더니

가는 모습도 맑고 아름답구나.

구름처럼 피었다 가는 벚꽃이여.

 

해 저물면 언제가 나도 갈 텐

어느 봄날 묵은 나뭇가지 속에라도

나도 너처럼 다시어나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