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13. 08:35ㆍ국내 명산과 사찰
(안성기행) 묵언마을에서
유마힐거사의 병문안을 온 여러 보살들이 불이법문(不二法門)에 대해서 각자의 소견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문수보살이 말한다.
「나의 소견 같아서는 일체의 법에 있어서 말로 주고받음이 없으며,
보일 것도 없고 알릴 것도 없어 문답을 벗어나는 자는
이것이 불이법문(不二法門)에 들어감이라 하겠습니다.」 하니
그 말을 들은 유마힐거사는 묵묵히 말이 없었다. 이에 문수사리불이 찬탄하여 말하기를,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문자와 어언(語言)까지 있지 아니함.
이것이 참으로 불이법문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이는 유마경에 나오는 유명한 <유마힐거사의 침묵>이다.
공(空)을 주장하면서도 유(有)를 버리지 않고, 유(有)를 내세우면서도 능히 온갖 교화를 이룬다.
그러므로 공(空)은 유(有)에 즉(卽)하고 유(有)는 공(空)에 즉하니
공(空)과 유(有)는 본래 둘이 아닐진대 무엇을 일러 불이법문(不二法門)이라 할까.
안양 칠장사를 다녀오는 길목에 <묵언마을>이라는 사찰이 눈에 들어나 잠시 둘러보았다.
사찰에 관한 안내서 하나 없어 어느 종파에 속한 것인지,
어떤 이념으로 세운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무척 한가한 절로 보였다. 마치 천년고찰처럼.
세속과 연(緣)을 멀리한 퇴락한 요사채들이 더욱 그러한 느낌을 주었다. 비틀어진 기둥하며.
사명(寺名)이 묵언마을이라서 그런가.
짧은 오늘의 일정에 석남사와 운수암까지 돌아 귀경해야 했기에 예정에 없는 사찰이라
겉만 보고 발길을 돌렸다. 절을 나서면서 생각에 젖어 본다.
묵언(默言), 묵언(默言)이라?
삶은 말을 연(緣)하여 이어지는데 법(法)은 말의 연을 끊어야 한다고 한다.
법이 귀하나 삶 밖에 있는 것이 아니거늘, 정영 어디까지가 묵언의 경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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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이라.
바람에 꽃이 피고 바람에 꽃이 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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