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아트와 장조범지

2014. 5. 11. 09:56삶 속의 이야기들

 

 

네일아트와 장조범지

요즘 날씨가 조금 더워져서 그런지 벌써 여름이라고 여자들의 노출이 슬슬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반팔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사람들을 보니 유난히 화려하게 꾸미는 곳이 눈에 들어온다. 손톱과 발톱이다. 시세말로 네일아트(nail art)를 한 것이다. 컴을 열어 찾아보니 단순히 화장품업계의 농간(?)이 아니고 역사가 제법 깊다.

 

네일 아트(Nail art)는 5000년 전 고대 이집트와 중국에서 신분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매니큐어가 없었기에 사람들은 관목에서 추출한 해나를 신분이 높을수록 진한 적색을 나타내게 발랐고 낮을수록 연하게 발랐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네일아트가 시작된 건 19세기 초 매니큐어 전문회사에서 손톱을 관리하는 기구를 세움으로써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의 첫 네일살롱은 1988년에 만들어졌다나...

 

손발톱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장조범지란 분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장조(長爪)란 손발톱이 긴 것을 의미한다.

 <사리불본말경(舍利弗本末經)>에 의하면 사리불의 외삼촌 마하구치라는 당시에 잘 알려진 대지식인이었다. 그런데 그의 누이 사리(舍利)와 토론을 하다가 지고 말았다. 이에 구치라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의의 실력 같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누이는 임신 중이었다. 그는 <이런 지식은 누이의 머리에서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반드시 지혜 있는 사람을 잉태했기에 태아가 엄마의 입을 통해서 하는 짓일 것이다.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그러하니 태어난다면 어떻게 내가 감당하랴> 하는 두려운 생각까지 들었다. 이에 스스로 교만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더 큰 지식을 얻기 위해 남천축에 들어가서 경서 공부를 시작했다. 남천축은 지금의 남인도를 가리킨다. 하도 열심히 공부를 하기에 사람들이 찾아와서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바라고 그렇게 열심히 불철주야 경서를 읽고 있는가.」그랬더니 장조는「대선지식이 되고자 18가지 큰 경을 다 읽고자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웃으면서「그대의 수명이 다하더라도 한 가지도 알기 어렵겠거늘 하물며 능히 다 알겠는가.」라고 핏잔을 주었다.

 

지난 날 대선지식이라고 교만을 떨다가 누이에게 졌는데 지금 또 이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자 장조범지는 분을 참지 못해 두 가지 일을 하기로 맹세했다. 「나는 맹세코 손톱을 깍지 않겠다. 18가지 경서를 다 읽을 때까지...」 그리고 죽기 살기로 열심히 경서공부를 했다. 마침내 18경서를 다 독파하고 나서는 그의 조카 사리불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대선지식이 되어 모든 이의 윗자리에 앉아 있을 것으로 여겼던 조카 사리불이 부처의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지 않은가. 교만한 마음으로 부처를 항의 차 만났지만 부처와 대화를 하면서 그가 얻은 모든 지식이 허망함을 깨닫고 부처에 귀의하였다. 구치라는 마침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다시 수행한 결과 대 아라한이 되었지만 처음 맹세한 그날부터 손발톱을 깍지 않아 사람들은 그를 일러 장조(長爪: 손톱이 김)범지라 했다.

 

신도 알기 어렵다는 여자의 마음. 아름다워지기 위해 요동하는 그 마음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또 하나의 풍습, 길어지면 깎았던 손발톱까지 키워서 화장을 하는 이 새로운 풍습이 여자들의 마음속에 불을 지피고 있다. 참 요지경 같은 세상이다. 장조범지도 네일아트를 했을까? 하는 참 싱거운 생각이 든다. 날이 더워져서 일까?

 

                                                                      (낙산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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