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鷄肋)

2014. 4. 27. 00:23삶 속의 이야기들

 

(방통/무후사)

 

 

계륵(鷄肋)

 

중국 고대 역사를 대변하는 삼국지에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정군산에서 유비의 촉군과 대전하던 조조는 촉의 장군 황충에게 군량미를 보관하던 천탕산도 털리고 그의 오늘팔과 같았던 장수 하우연마저 죽자 진퇴양난에 처하게 된다. 뛰어난 전략가인 조조였지만 철수하여 그의 본거지인 허창으로 돌아갈까 말까 고민에 빠져 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정군산은 바로 앞 한수라는 강을 건너면 평지로 한중까지 진격할 수 있는 요지였기에 포기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진군하기는 더 어려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어느 날 저녁 밥상에 올라 온 닭곰탕을 먹고 있는데 장수 하나가 오늘 암호를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를 묻자 진군해야 할지 여기서 철수해야 할지 하는 그 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던 조조는 저녁꺼리로 올라온 닭곰탕을 휘휘젔다가 무심코 <계륵> <계륵> 중얼 그렸다. 그러자 장수는 오늘 암호는 계륵으로 정한 것으로 알고 돌아오는데 참모인 양수와 만났다. 양수는 오늘 암호가 무엇이냐고 묻자 계륵이라고 말하자 잠시 생각하더니 닭의 갈비(계륵)는 먹기는 그렇고 버리기는 아까운 것이라 이는 지금 상황과 같으니 장수 더러 곧 철군할 것 같으니 미리 준비하라고 귀뜸해 준다. 장수는 양수의 말대로 돌아가 철군 준비를 시켰다. 저녁을 먹고 막사를 나온 조조는 군사들이 막사를 걷고 철군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는 놀라 누가 철군 지시를 내렸나 묻자 그 장수가 앞에 나와 양수의 조언을 받은 것이라고 아뢰었다. 분노한 조조는 이놈이 헛되게 입을 놀려 군의 사기를 떨어뜨렸구나 하고

바로 참수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여기서 유래된 고사가 계륵(鷄肋)이다. 계륵이란 닭의 갈비라는 뜻인데, 계륵은 사실 먹을 것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는 갈비 사이에 붙은 작은 살이 아깝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하자니 별 이득은 없고,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그 자그마한 이득이라도 아까워서 망설이게 되는 경우를 일컬어 계륵이라고 말한다.

 

양수는 일찍이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또한 그의 가문은 어머니가 당시 조조 보다 더 큰 세력을 지녔던 원술의 누이였으며 거슬러 올라가면 그의 조상은 유방이 한나라를 세울 때 일조한 한의 충신이었으며 한 때는 승상까지 지내던 양창의 후손이다. 간웅(奸雄)이며 한 가지 일에만 재능이 있다면 그 인재를 중히 쓰는

조조지만 환관 출신의 부모의 내력을 지닌 조조의 눈으로는 양수의 재능을 보고 비록 발탁은 했지만 내심으로는

어쩜 가시로 여겼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진실로 현명한 자는 그 재능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어눌함이 재치보다는 앞선다는 말도 있다. 양수는 너무 똑똑하여 제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도 이런 유의 사람들이 많다. 홀로 군자인 척, 세상사 달통한 평론가인 냥 똑똑한 척, 티브이나 라디오 매스컴에 등장하여 다 알려진 이야기를 재탕 삼탕하면서 촐랑대며 입방아 짓거리를 예사스럽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유의 사람들의 내력도 참 다양하다. 출세만 했다하면 어중이 떠중이를 비롯하여 무엇으로 유명한 대학인지도 모르는 명문대학이란 이름을 붙여 출신 내력을 포장하고, 무슨 협회의 회장이니 연구소 소장이니

하고 그 세(勢)를 과시하고 있다.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속된 말로 중간이라도 갈텐데...

세월호 참사로 국민 모두가 비탄에 젖어 있다.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사건이다. 시시비비를 논하자면 가증스러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연일 티브에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잡은 냥 입으로만 제 잘난 척

요란떠는 사람들의 꼴을 보면 아무리 세상이 자기 PR시대라고 하지만 식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뜬 구름같은 인생살이 계륵이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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