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구곡가

2014. 4. 30. 23:08선시 만행 한시 화두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 

 

송대 성리학을 집대성하고 1179년 백록동서원을 일으켜 서원교육의 바람을 일으켰던 주희(朱熹 1130~1200)는

1183년 53세에 무이산에 들어와 무이정사(武夷精舍)를 지었다.

그리고 여기에 은거하면서 무이정사 주변의 누정(樓亭)과 지형을 시로 쓴 무이정사잡영(武夷精舍雜詠)을,

1184년에 무이산 무이계(武夷溪)의 구곡 경치를 읊은 무이도가(武夷櫂歌)를 지었다.

이 무이도가가 바로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다.

이는 곧 구곡문화(九曲文化)의 바람을 일으킨 원조로서 우리나라의 조선조 학자인 율곡 이이도

해주석담에 은거하면서 무이정사가 있는 은병봉을 본떠서 은병정사(隱屛精舍)를,

무이구곡가를 본떠서 고산구곡가(孤山九曲歌) 지었고,

우암 송시열선생이 또한 화양구곡을 지은 것도 모두가 주희의 무이구곡가로부터 비롯된 것임은 잘 알려진 일이다.

 

 

서(序)

武夷山上有仙靈(무이산상유선영)

山下寒流曲曲淸(산하한류곡곡청)

欲識箇中奇絶處(욕식개중기절처)

櫂歌閑聽兩三聲(도가한청양삼성)

 

무이산 위에 신선 영혼이 있으니

산 아래 한류가 굽이굽이 맑고 맑다

그 가운데 절승지를 알고자 할진댄

즐거운 뱃노래를 귀기우려 들어보게

 

@무이산 정상 천유봉에는 도교에서 말하는 천궁이라는 천유각(天遊閣)이 있고

천유각에는 신선 팽조와 그의 2아들이 모신 사당이 있다.

팽조(彭祖)의 두 아들은 팽무(彭武) 팽이(彭夷)를 말한다. 이 두 아들의 이름을 따 무이산이라고 했다고 한다.

<무이산 위에 신선 영혼이 있다>는 말을 이를 가리킨다. 산 정상에서 무이구곡을 조망하는 것을 그렸다.

팽조는 성이 전(錢)이고 이름은 갱이다. 중국전설의 오제 가운데 고양씨(高陽氏)의 현손(玄孫)이며

육종(陸終)의 3번째 아들이라고 한다. 일찍이 요임금과 순임금과 하(夏)나라, 상(商)을 거쳐

은(殷)나라 말기 주(紂)왕 때 이미 767세였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팽조는 800여세를 살았으므로 신선이면서 중국 고대 장수한 자의 대명사로 알려진 사람이다.


@櫂歌(도가): 뱃노래.

 

(대왕봉)

 

<一曲>

一曲溪邊上釣船(일곡계변상조선)

幔亭峰影蘸晴川(만정봉영잠청천)

虹橋一斷無消息(홍교일단무소식)

萬壑千巖鎖翠煙(만학천암쇄취연)

 

한 굽이 시냇가 낚싯배에 오르니

만정봉 그림자 맑은 내에 잠겼더라.

홍교가 한 번 끊어져 소식이 없으니

만학천봉이 푸른 놀에 잠겼네.

 

@일곡 북쪽에 대왕봉(432m)이 있고 대왕봉 왼쪽에 만정봉(曼亭峯)이 있다.

만정봉은 해발 500m 정도의 낮은 산인데 전설에 의하면 진시황 2년 도가(道家)의 신선 무이군(武夷君)이

허공에 무지개다리를 놓고 신선을 초대하여 연회를 베풀던 곳이라고 한다.

대왕봉은 무이산에서 가장 웅장한 바위산으로 해발 300m 정도이며 옥녀봉 맞은편에 있다.


@죽은 사람을 모신 관을 높은 암벽에 배 모양으로 메달아 놓은 것을 가학선관(架壑船棺)이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신선이 승천하면 그의 유골을 모셔놓은 관이라고 한다.

무이산 구곡에 소장봉, 대장봉을 비롯하여 몇 군데 이런 흔적이 남아 있다.

무이산의 선관은 은(殷)나라 말기에서 주(周) 초엽까지 있었다고 하는데

주자는 이 가학선관을 고대 복건성의 남방 소수민족이 사용하던 관(棺)으로 알고 인생의 덧없을 노래한 것이다.

홍교판(虹橋板)은 이 가학선관을 매달기 위한 나무널판인데 무지개 모양을 하고 있어 홍교판이라고 부른다.


@만학천암(萬壑千巖): 만개의 골짜기와 천 개의 바위라는 의미로 깊고 높은 봉오리를 지닌 산을 의미

 

(옥녀봉)

 

(옥녀봉과 철판암) 

<二曲>

二曲停停玉女蜂(이곡정정옥녀봉)

揷花臨水爲誰容(삽화림수위수용)

道人不複荒臺夢(도인불복황대몽)

興入前山翠幾重(흥입전산취기중)

 

이곡에 우뚝 솟은 아름다운 옥녀봉아 꽃처럼

예쁜 단장 누구를 위한 꾸밈인고!

도인은 황대몽(荒臺夢)을 다시 꾸지 않는데

흥에 겨워 앞산드니 푸르름이 첩첩이네

 

@2곡은 옥녀봉에 얽힌 전설을 담고 있다. 옥화상제의 딸 옥녀가 무이산에 내려왔다가 무이산 풍광에 취하고

또 대왕을 만나 천상으로 돌아갈 생각을 않자 옥화상제가 철판도인을 내려 보내 불러올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철판도인이 둘 사이를 갈라놓을 목적으로 벽을 만들어 놓았다.

옥녀봉과 대왕봉 사이에 놓인 그 벽이 바로 철판장(鐵板障)이란 병풍바위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관음보살이 옥녀봉 맞은편에 서로 바라 볼 수 있게 면경대(面鏡臺: 鏡臺)를 세워

두 사람이 비추어 바라볼 수 있게 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옥녀봉 아래에는 선녀가 목욕했다는 목향담(沐香潭)이 있다.

@황대몽(荒臺夢): 황대는 폐허가 된 옛 누각을 말한다.

대왕은 옛일을 다 잊었는데 옥녀는 머리를 단장하고 강가에서 누구를 기다리느냐고 묻고 있다.

 

(소장봉)

 

<三曲>

三曲君着袈壑船(삼곡군착가학선)

不知停櫂幾何年(부지정도기하년)

桑田海水今如許(상전해수금여허)

泡沫風燈敢自憐(포말풍등감자련)

 

삼곡에 매어둔 배를 그대는 보았는가.

노 젓기를 그만둔 지 몇 해인지 모르겠네.

상전이 바다 된 것이 지금부터 언제던가

물거품 같고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인생 가련하기 그지없다.

 

@3곡에는 거대한 소장봉이 있다. 여기의 가학선(架壑船)은 가학선관을 의미한다.

 상전해수(桑田海水)는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말. 즉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한다는 의미로

세상사 변화무상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포말풍등(泡沫風燈)은 물거품같고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뜻.

가학선, 상전해수와 포말풍등 이 구(句)는 모두 인생무상을 나타내고 있다.

 

 

(대장봉)

(계과암)

 

<四曲>

四曲東西兩石巖(사곡동서양석암)

巖花垂露碧氈毿(암화수로벽전삼)

金鷄叫罷無人見(금계규파무인견)

月滿空山水滿潭(월만공산수만담)

 

사곡의 양쪽에는 바위산이 두 곳인데

바위틈 속 꽃들은 이슬 맺혀 푸른 양탄자처럼 드리웠다.

금 닭은 울음 그쳤으나 본 이는 없었나니

달은 빈산에 가득하고 물은 못에 가득하더라.

 

@4곡 양쪽에는 도교의 대장경(大藏經)을 보관했다는 대장봉과 신선이 낙시대를 드리웠다는 선조대(仙釣臺)가 있다.

 대장봉에는 2개의 작은 동굴이 있는 데 윗굴은 계과암(鷄窠岩)으로 불리며 천년이나 된 벼가 썩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랫굴은 금계동(金鷄洞)이라 하며 홍교판(虹橋板)과 선관(船棺)이 있다.

대장봉 아래는 물이 푸르고 너무 깊어 그 깊이를 알 수 없다는 와룡담(臥龍潭)이 있고

대장봉 벽면에는 유하비추(流霞翡翠)와 금계동(金鷄洞)이란 글이 암각 되어 있다.

@전삼(氈毿): 양탄자를 깔아 논 모양

 

(은병봉)

 

(무이정사)

 

<五曲>

五曲山高雲氣深(오곡산고운기심)

長時煙雨暗平林(장시연우암평림)

林間有客無人識(임간유객무인식)

欸乃聲中萬古心(애내성중만고심)

 

오곡의 산은 높고 구름 기운 깊은데

오래 동안 안개비 내려 평림은 어둑하네.

숲 사이 객 있는 줄 알아보는 이 없는데

사공의 뱃노래 소리 세상 근심 여전하네.

 

@5곡은 무이구곡의 중심이다. 계곡 북쪽에는 은병봉(隱屛峯)이 우뚝 솟아있고

그 아래에는 주희가 세운 무이정사가 있다.

이 시의 산은 은병봉을 의미하고 평림(平林)은 무이정사로 들어가는 초입의 지명이다.

산은 높고 구름은 깊어 연우가 평림의 입구에 가득한데

나그네(주자)가 수풀 속을 거닐 때 들려오는 뱃사공의 노랫소리가 만고의 수심이 깊어짐을 노래한 것이다.

@애내성(欸乃聲):배에서 노를 저으며 부르는 노래.

@평림(平林): 무이정사로 들어가는 초입의 지명

@만고심(萬古心): 만고에 변하지 않는 마음, 무상, 근심의 의미를 나타낸다.

 

(쇄포암)

(쇄포암과 은병봉 중앙의 작은 봉은 접순봉)

 

<六曲>

六曲蒼屛繞碧灣(육곡창병요벽만)

茅茨終日掩柴關(모자종일엄시관)

客來倚櫂岩花落(객래의도암화락)

猿鳥不驚春意閒(원조불경춘의한)

 

육곡의 병풍바위는 푸른 물굽이를 두르고

띠로 이은 집 종일토록 사립문 닫혔는데

객이 와 노 저으니 절벽의 꽃은 떨어져도

원숭이와 새들은 놀래지 않고 봄 정취 한가롭네.

 

@무이산의 제일 바위라 할 만한 폭포암(曝布岩)이 6곡에 있다.

신선의 손바닥 같다고 해서 선장암(仙掌岩)이라고도 하며,

절벽에 물이 흘러 내려 마치 길다란 천을 햇볕에 말리는 것과 같다하여 쇄포암(曬布岩)이라 불리는 병풍바위가 있다.

그 밑에 만길이나 되는 바위란 뜻을 지닌 벽립만인(壁立萬仞)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고

오른쪽 벽에는 도교의 이상향인 진원화로 올라가는 동네라는 뜻을 지닌 승진원화지동(昇眞元化之洞)이란 글도 새겨져 있다.

6곡에는 쇄포암 옆에는 높은 절벽과 같은 향성암이라고 하는 거대한 바위가 또 있다.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그 소리가 절벽에 메아리가 되어 멀리 퍼저 나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향성암(響聲岩)이다.

향성암 절벽에는 송(宋), 원(元)대의 마애석각 20개가 있다.

그 중에서도 주자가 쓴 서자여사(逝者如斯)란 글도 있다.

서자여사는 논어에 나오는 말로 공자가 물의 흐름에서 진리를 말씀하신 것이다.

 공곡전성(空谷傳聲)은 텅 빈 골짜기가 소리를 전한다는 뜻이다. 산이 깊어 이곳에는 원숭이가 많았던 모양이다.

6곡은 쇄포암과 향성암이라는 거대한 바위에 둘러싸여 창병이라고 한 모양이다.

@창병(蒼屛): 푸른 병풍

@모자(茅茨): 모옥(茅屋)이라고도 하며 띠로 지붕을 이은 초라한 집

 

(쇄포암과 향성암)

 

 

<七曲>

七曲移船上碧灘(칠곡이선상벽탄)

隱屛仙掌更回省(은병선장갱회성)

却憐昨夜峰頭雨(각연작야봉두우)

添得飛泉幾度寒(첨득비천기도한)

 

칠곡으로 배를 몰아 푸른 여울 올라가서

은병봉과 선장암을 다시금 뒤돌아보네.

가히 아름답다. 어젯밤 내린 봉우리에 비 내려

폭포에 물이 불어 얼마나 차가운지

 

칠곡에는 달공탄(獺控灘)이란 여울이 있다. 달공탄 아래를 보면

육곡의 은병봉과 선장암(폭포암)이 뒤로 보이고 앞에는 석당이라는 거대한 바위가 솟아 있다.

칠곡에 들어서면 멀리 무이산에서 제일 높은 해발 717m의 삼앙봉(三仰峯)이 보인다.

3개의 봉이 층층히 뻗어 마치 하늘을 우러러 보는 형상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이 높고 험해서 아직 오르른 사람은 없다고 한다.

@벽탄(碧灘): 7곡에 있는 달공탄이란 여울.

@은병선장(隱屛仙掌): 은병봉과 선장암을 말한다.

@비천(飛泉):폭포

 

(쌍유봉)

(품자암)

 

 

<八曲>

八曲風煙勢欲開(팔곡풍연세욕개 )

敲樓岩下水濚廻(고루암하수영회)

莫言此處無佳景(막언차처무가경)

自是遊人不上來(자시유인불상래)

 

8곡에 바람부니 안개는 걷히려하고

고루암(鼓樓巖) 아래는 물이 얽혀 돌아드네.

이곳에 좋은 경치 없다고 말하지 말게나

유람객이 올라올 수 없기 때문이라네.

 

 

8곡 북쪽에는 쌍유봉(雙乳峯)과 품자암(品字岩) 삼교봉(三敎峯)이 높이 솟아 있다.

 8곡을 돌아 9곡으로 가는 쪽에 마치 강을 가로 막아서듯 높이 솟은 바위가 고루암이다.

그래서 8곡은 산이 높고 물살이 빠르다. 고루암 주변에는 동물형상의 바위가 많다.

고루암 아래는 사자바위도 있고 거북바위도 있다. 쌍유봉은 여인의 젖가슴을 닮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또 연꽃 봉오리가 나란히 있는 형상이라 하여 병연봉(幷蓮峯)이라고도 한다.

품자바위는 3개의 바위가 品자 모양의 봉오리를 이루고 있기에 붙인 이름이다.

3봉은 유교, 불교, 도교를 가리킨다고 한다.

유가(儒家)로 말하면 주자의 무이정사요, 불가(佛家)로 말하면 극락국이요, 도가(道家)로 말하면 도원동이다.

 8곡의 풍광은 주변의 높은 산들에 가려있기에 좋은 경치가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된고 한 것이다.

@자시(自是): 스스로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백사탄)

<九曲>

九曲將窮眼豁然(구곡장궁안활연)

桑麻雨露見平川(상마우로견평천)

漁郞更覓桃源路(어랑갱멱도원로)

除是人間別有天(제시인간별유천)

 

아홉 굽이 다하니 눈이 훤히 열리고

이슬 맺힌 뽕나무 삼나무 평천에 펼쳐졌네.

뱃사공이 또다시 무릉도원 길 찾는다면

이 인간세상 별천지를 빼놓을 수 있으랴

 

@유람선은 여기 9곡에서 시작하지만 무이구곡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

주희는 강을 거슬러 올라오면서 무이구곡을 노래했다.

지금은 쥬파이(대나무 뗏목)로 여행하는데 백사탄(白沙灘)이 시작하는 성촌진(星村鎭) 나루터에서 시작한다.

백사탄은 깊이는 얕지만 강의 폭이 넓어 조망이 트여있다. 예전에는 강 양편 둑에 뽕나무 삼나무가 많았던 모양이다.

@활연(豁然): 8곡까지 연이은 계곡이 9곡에 들어서면 확 뚫려 열린 것 같이 보여 그렇게 표현했다.

@평천(平川): 쥬파이가 시작되는 백사탄은 수심이 얕고 폭이 넓어 마치 평지와 같아서 평천이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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