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소리하는 거여.

2014. 1. 14. 22:14생각하며

 

뭔 소리하는 거여.

 

 

행인: 「내려놓아라.」

짐꾼:  「이게 내 밥줄인데.」

행인:「그럼 지고 가거라.」

짐꾼: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한거여.」

.....

 

훈수꾼:「업(業) 이야기가 아닐세.」

 

 

「제내들 뭔 소리하고 있는 거여?」 

 

 

 

우리는 살면서 직업상 많은 도덕적인 갈등에 부딪치게 된다.

일례로 백정은 살생을 하지 아니하고서는 생계를 꾸려갈 수 없다.

그렇다면 살인은 죄악인가, 아닌가?

생명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분명 죄악이다.

그럼으로 이것은 진리의 문제가 된다.

그러나 직업이 백정이기 때문에 먹고살기 위해서는 살생이 불가피 하다.

그런데 이것이 죄악인가? 라고 한다면 이것은 진리의 문제가 아니라 업(業)의 문제다.

행동(行動)이 아니라 행위(行爲)의 문제다.

행동은 비인위적(非人爲的)이고 행위는 인위적(人爲的)이고 습관(習慣)인 것이다.

왜냐하면 업은 선업(善業)도 있고 악업(惡業)도 있다.

선업이든 악업이든 업(業)은 업(業)이다. 그것은 인위적이다.

그러나 진리의 자각은 이런 업을 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진리의 본질은 선업이든 악업이든 업 그 자체를 초월하는 데 있는 것이지

그 업의 행위가 선(善)이냐 악(惡)이냐를 따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진리의 자각이란 그 본질이 살생과 같은 행위인 업을 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그 행위를 하는 그대 마음의 실체를 자각(自覺)하는 그것에 있는 것이다.

다만 선한 행위는 진리에 가까운 길이 되고,

악한 행위는 진리와 멀어지기 때문에

수행의 방편으로 팔정도에서 바른 직업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정명(正命)을 둔 것이다.

궁극적으로 말해서 진리의 본질은 업에 있지 않고

행위를 하는 그대 마음을 자각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업을 통해서 진리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拙著 <바람에 실린 꽃향기 중에서>~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니는 아나?  (0) 2017.12.08
삶이란  (0) 2014.05.06
녹수청산인들  (0) 2013.10.01
우언(迂言)3  (0) 2013.09.29
여동빈의 악양루  (0) 2013.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