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책

2014. 1. 13. 22:08포토습작

겨울 산책

 

해가 바뀌고 두 번째 맞은 일요일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맑다던 하늘이 오늘 아침은 재를 뿌린 듯한 날씨다.

설상가상으로 눈발까지 날린다. 요즘은 이상하리 만큼 일요일마다 날이 좋지 않다. 다행히 날이 조금 좋으면 몸이 말썽을 부린다. 이번 주는 해도 바뀌고 해서 나들이한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일주일에 주어진 겨우 하루뿐이 휴식시간을 그저 집에서 무료하게 보내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늘 그런 생각에 젖은 여우같은 마음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오늘도 궁씨렁그린다.

선반 위에 코를 고는 카메라에 눈이 머문다. 이미 구식이 되어버린 450이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신형이라고 으시대던 놈인데 오두막으로 업그레이드하고서부터는 선반 위에 고이 모셔 놓았던 놈이다. 부러쉬로 먼지를 털고 카메라를 손질하다가 밖을 보니 눈발도 그치고 흐리지만 아침보다는 그래도 조금 밝아졌다. 여우같은 마음이 잽싸게 유혹한다. 짧게 나들이나 가자고. 그래 오늘은 저 놈 콧김이나 세워주는 것으로 정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정오가 가까워졌다. 산행을 할 것도 아니고 그저 겨울 개울풍경이나 담아보자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기로 했다. 일요일 점심은 건너뛰기 일쑤였으니 준비할 것도 하나 없다. 450에 70 300을, 오두막에 16 35를 마운트하고 집을 나셨다. 도봉산이라야 집에서 15분 정도 거리다. 도봉산역에서 내려 어스렁 거리며 금강사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정오가 조금 지났는데 하산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눈이 녹아 얼은 길은 부분부분 미끄러운 곳이 많다.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새벽등산을 하였나. 이 시간에 벌써 하산을 하다니..

개울은 얼어붙었고 물기빠진 나무들과 얼룩덜룩 잔 설을 덮어 겨울산은 웬지 얼씨년스럽게 느껴진다.

황사가 낀 날과 같이 이리 흐린 날은 사진빨이 잘 안받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엇하나는 건져야 할텐데 하는 마음에 애써 눈팔매짓을 해본다.   

 

 

 

 

 

 

 

 

 

 

 

 

 

 

 

 

 

 

 

모두들 하산하는 사람들인데..

 

홀로 산을 오르는 사람, 만행은 아닐텐데..

 

겨울 속에 흐르는 생각의 여울 속에 빠진 사람

 

노루 꼬리만한 겨울햇살에 정담을 즐기는 사람

 

산도 강도 얼었지만 흐르는 생각의 여울에 멱을 감는 사람

 

세월이 무어라 해도, 계절이 무어라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진스럽게 즐거워 하는 어린 아이들  

 

 

 

우암 송시열 선생의 친필이라는 <도봉동문>, 차거운 바위 위에 앉아 무심히 처다본다.

여기가 입구면 출구는 어디인가? 건질것 없어 돌아 오는 길 흐린 날만큼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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