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암의 일출

2013. 12. 4. 21:46명승지

 

 

 

 

 

추암의 일출

납월의 첫 번째 일요일 새벽 1시다.

모두가 잠든 그 시간에, 어둠의 장막이 겹겹이 둘러친 그 시간에 고속도로를 달렸다.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당일치기 여행으로 오여사를 만나려 추암으로 가는 길이다.

추암해수욕장은 요즘은 일출명소로 진사님들에게는 떠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내게는 인연이 깊은 곳이기도 하다. 그 옛날 내가 그곳에서 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추암을 올려면 교통도 불편하고 백사장 길이도 짧아서 찾은 사람이 거의 없었던 곳이기에 평온한 정적을 즐겨하는 내게는 아쉬람이요 휴식터요 위안처였기 때문이다.

동해에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이름난 해수욕장이 많았다.

그 많은 해수욕장을 두고 누가 편의시설도, 식당도 하나 없는 이 외진 곳을 찾아 왔겠는가.

 

 

 

추암에 도착한 것은 이른 아침 5시경이었다. 거리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고 가로등만 빈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인적이 끊어진 해변가에는 24시편의점이 불빛을 밝히고, 해돋이 팬숀이 문을 열고 손짓을 하고 있다. 북평과 묵호가 합쳐져 동해시가 되면서 산업화의 바람을 타고 쌍용시멘트가 자리하면서 사통팔방으로 도로가 정비되고 삼화사의 무릉계곡과 더불어 새로운 동해안의 명소로 각인되고 있는 지금의 추암을 바라보니 그 옛날 추억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마치 이방인이 낯설은 곳에 온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변하지 않고 반겨주는 것은 추암의 옛 그 허연 바위들이다. 허기사 벌써 거의 반백년이 흘러갔으니 산천(山川)인들 의구(依舊)하겠는가... 젊은 날의 그 옛적 추억을 회상하면서 찾아온 추암,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기대했던 그 오여사(Ώ)를 훼방꾼 구름 때문에 만나지는 못했지만...

 

 

 

 

 

 

 

 

 

 

 

 

 

 

 

 

 

 

 

 

 

 

 

 

 

 

 

 

 

 

 

 

 

 

 

 

 

 

 

 

 

 

 

 

 

 

 

 

 

 

 

 

 

 

 

 

 

 

 

 

 

 

 

 

 

 

 

 

 

 

 

 

 

 

 

 

 

 

 

 

 

 

 

 

 

 

 

 

 

 

 

 

 

 

 

 

 

 

 

 

 

 

 

 

 

 

 

 

 

 

 

 

 

 

 

 

 

 

 

 

 

 

 

 

 

 

 

 

 

 

 

 

 

 

북평 해암정(北坪海岩亭)

옛적에 못 보던 정자가 있어 잠시 들려보았더니 1361년 고려 공민왕10년 때 삼척 심(沈)씨의 시조인 심동로(沈東老)라는 분이 벼슬을 버리고 이 곳에 정자를 지어 후학을 가르치며 풍월을 즐기며 지냈다는 정자라고 한다.

언제 지었는지 정확한 연대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정자 뒤편 바위들도 멋진데 군사지역이라고 철망으로 막아 놓았다.

옛적에는 없던 것인데 이 아름다운 추암의 풍광을 제대로 망가트리고 있다.

분단의 서러움인가, 누구의 과잉 애국심인가... 공단까지 들어선 관광지에. 

... 

참으로 오래만에 들린 추암, 기대했던 오여사를 만나지 못한 아쉬운 미련을 남기고

 길을 나섰다. 이른 시간이라 식당도 문을 열지 않아 기다림을 포기하고 아들바위도 볼겸 주문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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