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5. 21:02ㆍ국내 명산과 사찰
소요산 2013년 단풍과 국화꽃 향연(饗宴)(1/2)
11월의 첫 휴일 아침, 날은 흐리다. 가시거리가 1km 이하면 운무(雲霧)요 그것을 벗어나면 박무(薄霧)라 했던가. 창밖의 풍경은 운무로 덮였다. 매년 단풍 나들이는 했는데 금년은 단풍 산행을 못했다. 몸도 그렇지만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댕그랗게 벽에 걸린 달력을 보니 계사년 한 해도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날은 흐리지만 미련이 남아 가볍게 소요산을 찾기로 했다. 오후 늦게 비소식도 있다하니 일찍 귀가하려는 생각으로 달랑 카메라만 챙기고 서둘러 집을 나와 전철역으로 향했다. 도봉산역에서 환승하여 소요산역을 내리니 9시다. 나로서는 상당히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참 많았다. 단풍 축제는 지난달 27일로 끝났기에 소요산을 찾는 사람들이 이리 많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빈 몸이라 소요산역에 내려서 식수와 점식꺼리를 챙기려 했지만 매점에 북적대는 사람들이 싫어 포기 했다. 소요산 단풍축제는 매년 국화꽃 축제와 함께 열린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축제는 끝났지만 다행스럽게도 전시되었던 국화들은 아직 철거하지 않았다.
흐린 날은 출사는 별로지만 단풍사진 찍기는 그러 나쁜 날은 아니다. 빛이 확산광(擴散光)이라 부드럽고 잔잔한 수채화 같은 단풍사진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꽃에 대해서는 무뢰한이라 국화전시장을 휘휘 둘러보면서 눈이 머무는 것들만 대충 찍고는 단풍을 찾아 자재암 일주문으로 향했다. 도로 옆 개울에는 일찍 삶을 마감한 빛바랜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며칠 전만 하드라도 요염한 빛을 발했던 단풍들이었 것이다. 이제 단풍의 한 세상을 마감하고 떠나가는 님들. 한철 붉었다 살아져 간다는 것이 우리네 인생과 같으려만...
일주문 앞에 이르니 까르르 웃음소리가 눈에 닿는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전에 아직 떠나지 않은 붉은 단풍들의 마지막 수다 소리인가 모양이다. 요염한 빛깔이 뷰파인드를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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