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프

2012. 3. 25. 11:01삶 속의 이야기들

 

                                                                                            (전등사)

 

스카프

 

 

어느 암자에 몰래 숨어사는 비구니 스님이 있었습니다.

벚꽃이 만발한 어느 날,

예쁜 스카프를 목에 두른 한 보살이 놀러왔습니다.

비구니는 그 스카프가 너무 예뻐 탐이 났습니다.

그래서 보살에게 넌즈시 말은 건넸습니다.

 

「여인의 바람기는 요란한 몸치장에서 풍깁니다.

검소한 여인에게 그런 유혹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유혹은 애욕을 불러오고 애욕은 죄악을 낳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보살의 스카프를 만지작거렸습니다.

 

탐욕스러운 비구니임을 알아차린 보살이 말했습니다.

「지금 하신 말씀은 부처님 말씀입니까?

아니면 스님 자신의 말씀입니까?」

 

놀란 비구니 스님이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보살은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부처님 옷을 빌려 입는다고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 말씀을 인용한다고 해서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 마음이 깨끗지 못하여 탐욕에 물들면

우담바라향기도 악취로 변합니다.」

 

비구니 스님은 얼굴이 붉히면서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拙著: 바람에 실린 꽃향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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