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2011. 1. 21. 23:01생각하며

 

 

(소양강의 일몰)

 

 

삶과 죽음

 

나이가 들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 따지고 보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는 데 대한 공포에 불과하다.

그것은 <나>라는 내 육체를 잃는 두려움, 내 자아(自我), 내 소유물(所有物),

내 동일성(同一性)을 잃는데 대한 공포이며 동일성을 갖지 않는

잃어버린 상태의 심연(深淵)에 직면하는 공포에 불과하다.

 

그럼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오직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

그 방법은 생명에 집착하지 않는 것, 생명을 소유물로 경험하지 않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얼핏 삶의 정지(停止)에 대한 두려움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죽음은 우리의 관계가 없다고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말한다.

왜냐하면 죽음은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은 우리 곁에 없으며

죽음이 닥쳐왔을 때는 이미 우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의 종말이 내일 온다면, 아니 내일 내가 죽는다면 어떻게 오늘을 살것인가? 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사과나무 한 구루를 심겠다 말한 유명한 네델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현명한 사람은 삶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라고 말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가르침은 실제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르침과 똑같은 것이다.

모든 형태의 소유에 대한 갈망, 특히 자아(自我)의 속박을 버리면 버릴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는 더욱 약해진다.

잃어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욕(寡慾)  (0) 2011.07.05
짧은 생각(2)  (0) 2011.07.02
편안한 걸음 되옵소서.  (0) 2011.01.05
우찌 생각하시나?  (0) 2010.11.26
사바(娑婆)의 길(2)  (0) 2010.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