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20. 06:04ㆍ국내 명산과 사찰
설악산 장수대(將帥臺)에서 12선녀탕으로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한 동안 몸이 시원치 않아 산행이 뜸했더니 안 사람이 산 맛이 들었는지
단풍산행을 들먹인다. 서울근교의 산만 하드라도 소요산, 북한산등 이름난 곳이 많은데...
그래도 단풍하면 설악이라나. 사람들 입에 요란스럽게 회자하는 천불동과 오색의 코스를 제체 놓고 생각하니
12선녀탕 코스가 제격인 것 같아 그리로 정했다. 몸 상태를 고려하여 긴 산행은 생략하고
그저 바람 쐬는 정도로 여기고. 새벽 3시 반 설악으로 출발했더니 5시도 채 아니 되었는데 12선녀탕입구에 다다랐다.
모두가 어둠에 갇혀있다. 유격훈련도 아니고 극기 훈련도 아닌데 야밤에 나들이 하기는 그렇고...
차라리 장수대 쪽으로 올라 12선녀탕으로 내려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상 다섯 여섯 시간 걸린다니 거기다 세 시간 정도 덤으로 붙여 걸어도
속초의 대포항까지 들렸다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라는 계산이 든다. 몸만 따라 준다면 말이다.
선녀탕 입구에서 다시 유턴하여 장수대쪽으로 갔다. 장수대분소 입구에는 먼저 온 산 꾼들이 제법 분빈다.
산악회 팀들인 모양이다.
7시가 되니 날이 좀 밝아졌다. 산꾼들 속에 묻혀서 산행을 시작했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산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 천마산의 박연폭포와 더불어 한국 3대폭포로 알려진 대승폭포다.
높이는 88m. 산이 여위웠는지 물이 없어 폭포다운 장엄함이 보이지 않는다.
새벽의 운무는 그대로 성질을 부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산을 보기는 틀렸나..
대승령이다. 여기서 12선녀탕으로 내려가는데 운무는 여전히 시야을 가린다..
12선녀탕이 가까워지니 이미12시가 넘었다. 유일하게 선보인 설악의 풍경 하나.
이제 12선녀탕으로 들어선다. 허리가 아닌 다리에 무리가 왔는지...
길에 멈추어서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데 앞선 간 일행 한분이 식사를 하다가 돌아 올라와 에어파스를 뿌려준다.
옛적에 행한 응보인가.. 참 고맙게 여겼다.
산에서는 모두가 친구요, 인자가 되나 보다. 다시 이어지는 발걸음.
12선녀탕 주변은 북적댄다. 모두들 기념촬영을 하려고.
선녀의 고운 모습을 담으려고 기다리다 포기하고 내려오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붉은 미소가...
설악의 단풍도 이제는 끝물인지 마지막 남은 가을빛이 멋을 자랑한다.
선녀가 내려와 멱감았다는 십이선녀탕이란다.
봉숭아탕, 용탕 등등.. 명산에는 어디나 전설같은 이야기가 회자하는 곳
듯..
오후가 되니 운무는 그치고 설악의 계곡에는 남은 가을빛이 기염을 토한다.
운무 속에서도 역시 설악은 설악이다.
붉은 단풍, 노란 단풍, 흐르는 계곡의 옥수들...
귀경길 속초의 대포항 대신 들린 동명항의 일몰 풍경이 넘 좋았다,
차에 두고온 카메라를 가지러 가기는 그렇고 해서 주머니 똑딱이로 담았다.
더 멋진 풍경을 담았으면 하는 기대감만 두고.
저문 포구에 유유히 나는 바닷 갈매기들이 석양속에서 이제 오늘의 일과가 끝났음을 알려준다.
언제나 그렇듯 마음은 두고 몸은 떠나가야 하는 여행... 오늘의 걸음도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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