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3. 23:24ㆍ국내 명산과 사찰
북한산 숨은벽 기행
가는 세월 시월의 마지막 날이 서러워서인가 낮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일요일 아침 6시,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는 그쳤는데 밖은 여전히 검은 벽지를 발라놓은 것 같다. 간밤에 내린 비 탓인가, 일요일이라서 그런가. 불이 켜진 창이 보이지 않는다. 여느 때와 똑같이 8시 반에 아침 식사를 하는데 햇살이 살짝 고개를 내밀다 들어간다. 그래, 이 정도면 가볍게 나들이는 가능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포기했던 숨은벽 산행을 하기로 했다. 바위산이라 길은 좀 미끄러워 힘들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대충 가볍게 아침을 끝내고 배낭을 꾸렸다. 장거리 산행도 아니고 더구나 나 홀로 산행이니 따로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다. 집에서 나와 7호선을 타고 태능에서 다시 6호선으로 갈아타고 불광역으로 향했다. 구파발로 갈까하다가 분잡할 것 같아서 불광역 7번 출구로 빠져나와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다. 반짝하던 햇살은 숨어버리고 우중충한 하늘 그런데도 등산객은 참 많았다. 줄을 서서 34번 버스를 타고 사기막골로 향했다. 북적대던 버스 안은 산성입구에서 다다르자 반으로 줄어들었다. 북한산 등산코스 중 이 코스가 제일 한가롭고 호젓하다는 어느 산꾼의 말이 오늘 와서보니 빈 말이 아니다. 사기막골에 하차하여 신발 끈을 졸이고 산행에 나섰다. 굿당을 바로 지나 철조망을 둘러친 작은 문으로 들머리를 삼아 산행을 시작했다. 지는 단풍, 색은 바랬지만 소요산 단풍에 뒤지지 않는다. 마지막 오기인가. 남은 붉은 빛이 숲길을 물들인다. 한 주 정도 일찍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북한산 단풍은 사기막골 여기가 제일 먼저 들어서 제일 먼저 진다고 한다. 아마도 백운대와 인수봉에 가로막혀서 그런가 보다. 숨은 벽은 인수봉과 백운대 능선 사이에 있다. 우이동 쪽에서도, 구파발 쪽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숨은 벽이라고 이름 했다고 한다고 한다. 낙엽 쌓인 등산길은 온통 너들 바위길인데다 어제 내린 비로 더 험하고 미끄럽게 느껴졌다. 몇 군데 험한 암릉구간도 있었고... 가벼운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고 나선 걸음이라 느긋하게 걷다가 미련없이 마무리 했다. 백운대로 넘어가지 않고 숨은벽 50미터 슬램 전에서 우회하여 밤골로 내려와 국사당을 지나 버스로 전철로 원점회귀했다. 내년 봄 맑은 어느날 다시 오기를 기약하며..
▲들머리에서 30분 정도 오르면 만나는 바위, 전망이 좋다. 그래서 전망대바위라 부른다
▼이 바위 바로 밑에 해골바위가 있다. 어제 내리 빗물이 고여있어 더 실감이 난다.
▼전망대 바위를 지나 이제 부터 암릉구간이 시작된다. 짧은 바위 슬랩이지만 눈이나 비가 내리는 날이면 좀 위험한 코스 일것같다.
▼ 숨은벽 정상으로 가는 암릉길에 만난 우람한 바위들이다.
▲종 같기도 하고..▼햄버거 같기도 하고 샌드위치 같기도 하고..
▼ 바위틈에 뿌리 내린 솔, 그 생명력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라 보았다.
▲돌아 본 전망대 바위 풍경
▲분재 솔인듯 참 아담한 솔이 암릉바위 틈새에서 그 기상, 그 기품을 솓아낸다.
▲목탁이 너무 큰가.
▲나룻배같기도 하고..▼북같기도 하고..
▲물형은 물형인데 ..▼ 요건 분명 무슨 동물같기도 한데..
▲숨은벽 정상으로 가는 길, 암릉길이다.
▲▼고래등바위로 불리는 암릉
▲좌측은 인수봉 가운데가 숨은벽 우측은 백운대인데...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한 봉넘어 운무속에 파랑새바위가 아련하다.
▲▼좌측은 인수봉에서 흘러내린 설교벽 암릉 우측은 숨은벽
▲50미터의 대 슬램구간이다. 숨은벽의 모습 운무속에 아름답다. 맑은 날이였다면 그 장관에황홀했을 것이지만 운무속의 맛은 또 다른 맛이다. 영산의 신비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50미터 슬램구간 바로 앞 전경
▲정상 대 슬랩구간으로 오르는 크라이머들, 대단하다.
▲숨은벽의 정상부위다. 운무에 쌓인 이 모습.. 영산의 신비를 느낀다.
▲운무속의 인수봉의 모습이다. 우이동이나 구파발 쪽에서 보는 모습과 능선의 흐름이 다르다. 우측은 숨은벽의 정상모습
▲돌아 앉은 달마...?
▲▼하산하면서 바라본 숨은벽의 능선의 바위들과 암능
▲밤골로 내려가는 길, 지는 단풍이지만 아름답다. 사리막골보다는 단풍색이 더 짙다.
▲선 채로 운명을 달리한 단풍...
물 위에 어린
그림자 마냥
삶이란
한철 붉었다
흐르는 물 위에
떨어진 낙엽이던가.
靈山은 운무 속에
몸을 숨기고
찬바람 스쳐가는 숨은벽 계곡
우수수 낙엽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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