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릅니다(2)

2007. 10. 19. 23:47넋두리

 

<도봉산에서>

 

산을 오릅니다(2)


언젠가부터

산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산을 오릅니다.

옛날에는 그랬지요.

내려올 산 왜 올라가느냐고요.


사람들은 항상 말합니다.

왜? 왜?

숲이 푸릅니다.

왜 푸르냐고요.

바람이 붑니다.

왜 부느냐고요?


사람들은 항상 왜? 라는 질문에 파묻혀 삽니다.

사는 것도

왜 사느냐고요?


그런 것 옛날에 말한 적 있어요.

지금은 몰라요.

아니 잊어버렸어요.


산(山)?

산이 무엇이냐고요.

나는 몰라요.


그런데 나는 산이 좋아요.

그래서 산을 오릅니다.

바위가 있고,

나무가 있고,

구름이 있어

그래서 산을 오릅니다.


화두(話頭)?

나 그런 것 몰라요.

산이 언제 그런 말 하던가요?

말은 사람들이 합니다.


보세요.

파란 하늘

하얀 구름이

저리 흘러가지 않아요.

산은 왜? 라고 묻지 않아요.


그저 거기 있어요.

그래서 나도 산을 올라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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