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심(衆生心)

2007. 8. 29. 07:03잠언과 수상록

 

 <불암산에서>

 

중생심(衆生心)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귀해도

세월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게 되는데

한번 보면 잊어버리지 않는 그것 -

그것이 바로 남녀의 상(相)이라 했던가.

그래서 애욕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끝이 보이지 않는가 보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간음하다 잡힌

여자 한 사람을 데리고 와서 앞에 세우고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우리의 모세 법에는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하였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다.<요한복음제8장/카톨릭용 공동번역 성서>


원죄(原罪)라는 것, 태어나면서 지고 온 죄라는 것

기독교인들은 그렇게 말한다.

불교는 업이라고 한다. 결과로서는 업보가 된다.

그것도 무시이래(無始以來)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원죄(原罪)이든, 업보(業報)이든

중생으로 태어난 자는 그래서 항상 심판대에 서게 된다.

때로는 범죄(crime)로, 때로는 죄(sin)라는 명목으로.

뒤에서는 사회가 회초리와 사탕을 들고 기다리고.

 

『예수께서는 고개를 드시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하시고 ....』


생각해보라. 이 세상에 죄 없는 사람이 있던가.

모두가 죄인이다. 그대도 나도 우리 모두가.

crime이 아니면 sin을 범하고 있다.

행동하지 않드라도 마음으로, 생각으로.


그러나 우리는 악행도 하지만 선행도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오로지 선행만 하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악행만을 오로지 저지르는 사람도 없다.

십선(十善)만 행하는 자도 없고

십악(十惡)만 행하는 자도 없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따지고 보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선행 속에도 악행이 있고, 악행 속에도 선행이 있다.

이것이 중생이다. 이를 깊이 알아야 한다.

이것이 원죄라면 더 큰 원죄요

업보라는 더 큰 업보다.


행위 그 자체만 본다면

선행이든 악행이든 그것은 결과적으로 마찬가지일 뿐이다.

니이체가 이르듯

선과 악이란 것은 한 동전의 앞면과 뒷면에 지나지 않는다.

동전을 보라. 동전은 양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어느 한 쪽 면만이 존재할 수는 없다.

그럼으로 죄인이 때로는 성스러울 때도 있고

성자가 죄악에 차 있을 때도 있다.

성자와 죄인은 같은 배를 타고 있다.

이런 이치를 깊이 이해하게 되면 그대 자신의 변모는 가능하다.

이제 그대는 더 이상 표면적인 행위만을 보려하지 않을 것이다.

선행과 악행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존재의 본질적인 상태라면

인간을 어떻게 그의 행위에 의해서 심판할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이 변한다. 형태는 변한다.


내가 누구를 저주할 수 있고

또 누구를 미워할 수 있다면

남들 또한 나를 저주하고 미워할 수 있으리라.


내가 내 가진 것,

내 똑똑함을 자랑할 수 있다면

남들 또한 그러할 수 있으리니...


죄의 자성(自性)은 없다.

선도 악도 자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행위의 자성은 없다.

경에도 이르지 않았는가.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라고.

 

그럼으로 자성이 없는데 무엇을 버리고 취하겠는가.

분별심만 버리면 선악이 다르지 않다.

분별심이 있을 때

그대는 돌을 들고 저 여인을 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별이 사라지면

저 간음한 여인이나 그대는 다르지 않다.

그저 중생일 뿐이다.


그래서 <신심명(信心銘)>은 말한다.

『지도무난(至道無難)이요 

유혐간택(唯嫌揀擇)이다.

단막증애(但莫憎愛)하면 

통연명백(洞然明白)하리다.』라고.


그러나 어이하랴, 이 중생의 분별심.

땡볕에서는 소낙비를 그리워하다가도

장마철엔 한 방울 낙숫물도 지겨워하는

그것이 바로 중생심(衆生心)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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