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세요, 마지막 이별하듯

2007. 8. 18. 07:30잠언과 수상록

 

                                                           

                                                                                             <설악 매봉산 숲에서>

 

사랑하세요, 마지막 이별하듯


무상(無常)이라는 것,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것

모든 것은 덧없이 옮겨가며 변하며 어느 것 하나도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영원히 머물지 못하고

덧없이 어느 날 사라진다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의 마음은 공허하게 되고 허무의 나락에 빠져들게 한다.

차라리 우리가 어리석어 이것이 거짓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 무어라 해도 삶은 분명 무상한 것이다.

그 어느 하나도 고정 되어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렇기 때문에 삶이 값진 것이다.

영겁의 시간은 길지만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으며

지금의 나 또한 찰나의 이 순간에 존재하고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니던가.


시간이란 찰나의 연속이요, 또 연속이다.

인생 또한 찰나요, 그 찰나의 연속이다.

그럼으로 이 짧은 매 순간을 허망하게 보낼 것인가?

허무의 늪에 빠져 슬픔과 고통만 생각한다면 너무나 아깝지 않을까.


마음을 돌려 순간순간의 이 스쳐 감을 사랑으로 충만해 보자.

아침에 피어났다가 저녁에 질 꽃일망정

약동하는 생명이 한 어느 순간에도

피어나고 있음을 바라보자.

그 얼마나 신선하고 상쾌하지 않든가.


지나감은 돌이켜 보지 말자.

사라져 감에 미련을 두지 말자.

흘러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요,

그렇다고 오는 것이 더 중요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새벽 같은 영혼의 깨임이요

그대의 사랑이 그 찰나의 순간 속에

얼마나 깨어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이 짧은 순간을 사랑하는 데

너무도 아쉬워할 그대 마음만이 머물 수 있다면

그대는 시간 속에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

무상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그 시간들이 아까울 것이다.


그대여 무상의 잠에서 깨어나라.

회의, 아쉬움, 후회와 허무의 나락에서 벗어나라.

덧없이 존재하다가 살아져가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순간순간들의 생생한 에너지의 파동 속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느껴보자.

새로이 이 순간순간 피어나는 이 생명의 바다 속에서

그대의 영혼과 그대의 사랑이 마음껏 유영(遊泳)하도록 하자.

그 어느 곳에도 슬픔이 머물지 않도록 깨어있자.


그대가 환희에 찰 때 그대 주위도 또한 환희에 찰 것이다.

그대의 눈이 환희의 기쁨에 충만 되어 있다면

저 살아져가는 무상의 존재들이

그저 덧없이 살아지는 무상의 존재들로 보일까?


무상이 주는 의미는 허무가 아니요,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실상을 보여 주는 것이다.

새로이 탄생되는 환희의 현현들이다.

그대여 허무의 나락에 떨어지지 말자.

그대 마음을 환희의 빛으로 바꾸어 보자.


신이 무상한 존재가 아니라면,

부처가 무상한 존재가 아니라면,

이 세상 모두가 그저 무상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물며 어찌 그대만이 허무하고 슬픈 존재로 태어났겠는가.

하물며 어찌 그대만이 공허한 삶을 살도록 몰아가겠는가.


무상은 새로운 또 다른 창조를 의미한다.

그저 왔다가 사라져 가는 그런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새로이 태어남을 가리킨 것이다.

이제 다시 그대는 태어나야 한다.

허무와 무상한 공허의 늪에서 그대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

왜냐하면 그대가 바로 부처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부처이기 때문이다.

중생이 부처라는 경전의 말은 이것을 가리킨 것이다.

그저 덧없이 살다가 살아져 가는 무상의 존재가 아니라

새로이 태어나고 새로이 변화하는 존재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대는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덧없는 존재가 아니다.

그대는 새롭게 변화하고, 만들어져 가는,

찰나에 새로이 생성되는 생명의 꽃이며

이 우주의 꽃임을 느껴보자.


찰나에 주어진 이 삶을 사랑하자.

찰나의 주어진 내 인생을 사랑하자.

내가 머물다 갈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자.

하늘과 땅과 바람까지도

마지막 이별하듯 사랑하는 마음으로.

새벽같이 깨어있는 맑은 영혼으로.  


'잠언과 수상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시간  (0) 2007.09.01
중생심(衆生心)  (0) 2007.08.29
참회(懺悔)  (0) 2007.08.13
에고(Ego)(3)  (0) 2007.08.01
무생대비(無生大悲)  (0) 2007.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