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나그네

2007. 1. 26. 00:59잠언과 수상록

 

<설원의 계방산>

 

 

길 잃은 나그네


녹이 쇠를 부식시키듯 첨단 디지털문명과 첨단 기계문명의 편리함은 모든 것을 쉽게 얻고 쉽게 버리는 속성으로 우리를 오염시키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감정은 편리함을 쫓아 모든 것을 쉽게 결정하고, 쉽게 포기하는 습성이 생겨 불편하고 번거러운 것들을 기피하는 타성에 젖어가고 있다.


그래서 자기의 삶을 돌아보고, 자기와의 외로운 고독한 싸움을 하는 사람들은 기인(奇人)이나, 도인(道人)이나, 센티멘털리스트(sentimentalist)로 치부하고 나와 관계없는 남의 일로 회피해 버린다.


뿐만 아니라 철학이나 종교 등 형이상학적인 질문이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들은 관념적이고 비현실적이며, 복잡하고 번거롭다 하여 이를 기피하고, 오로지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고, 바로 느낄 수 있는 단순하고도 분명한 현실세계의 잡다한 일에 포커스를 맞추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사랑까지도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이도령과 성춘향>같은 그런 로맨틱한 것보다는 <차트레이부인의 사랑>이나 마르린 몬로와 같은 관능적 사랑, <원조교제>와 같은 단순 행위적인 양태로 에로스적인 사랑을 택한다.


결혼의 조건은 사랑이 아니라 경제문제가 첫째조건이 되고, 인간성을 나타내는 내면의 진실함 대신 외면의 화려함을 중요시 여긴다. 모든 일은 원인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따뜻한 인간미 대신에 이해득실이 앞서며, 인간적 휴매니티 대신 차가운 논리적 사고와 이성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는 명목으로 대치되고 있다.


진정 우리의 삶이 속도와 편리함과 경제적 가치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만 해결이 될 것일인가? 오늘도 첨단기계문명의 숲을 걸어가고 있는 우리들은 안개 낀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나그네가 아닌지 가는 걸음을 멈추고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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