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멋진 사람......海眼선사

2006. 11. 5. 08:04선시 만행 한시 화두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친구가 있다면

구태여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맑은 새벽에 외로이 앉아 향을 사르고

산창으로 스며드는 솔바람을 듣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불경을 아니 외어도 좋다

 

봄날 가는 날 떨어지는 꽃을 조문하고

귀촉도 울음을 귀에 담는 시인이라면

구태여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

 

아침 일찍 세수한 물로 화분을 적시며

난초잎에 손질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도 좋다

 

구름을 찾아가다가 바랑을 베개하고

바위위에서 한가히 잠든 스님을 보거든

아예 도라는 속된 말을 묻지 않아도 좋다

 

야점사양(野店斜陽)에 길가다 술(酒)을 사는 사람을 만나거든

어디로 가는 나그네인가 다정히 인사하고

아예 가고 오는 세상 시름일랑 묻지 않아도 좋다.

 

기이하기 짝이 없다.
크고 작지도 않으면서 눈을 한 번 뜬사이에
몇 천 만리를 다녀오고,
숨을 한번 쉬는 사이 티끌 속에 잠겨드나,
찾을수록 종적없고 안 찾으면 그대로세.
 


출처 : 염화실
글쓴이 : 진각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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